봄밤
하필이면
꽃이 지는 날에
동학 기행 따라와
선운사 동백꽃 지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미쳐 있느냐
너는
도솔암 이마에 돋울새긴
저 마애석불에 무엇이 들어 있간디
붉은 꽃이 지고 있는데
몇 개 남은 꽃등어리
왜 거기에 하필이면
김개남의 목이 걸린 것처럼 생각하느냐
너는
꽃花 중中에 저 붉은 동백
그 질펀하게 떨어져 쌓이는 꽃잎들에서
왜 하필이면 피 냄새를 맡느냐
이 봄밤에 잠은 안 자고
미친 것이냐
너는
하필이면
천지에 환했던 그 꽃들 지는 시절에
남원 땅 요천가 거닐며
피 흘렸던 그 날을 떠올리느냐
누구를 붙잡고 한을 부칠 것이냐
너는
내일 아침이면 떠오를 햇빛받아
보랏빛으로 반짝일 것 분명할
선운산 산등성이 어디쯤에
녹두꽃 지는 소리 또 들으라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