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바다의 노을빛

골뫼사니 2026. 3. 28. 18:25

애월 바다의 노을빛

 

마을 어귀 퐁낭도 잎들을 떨굴 즈음이었어요

동짓달 바람이 맵기 시작해도

한라산 기슭으로 흰 눈 쌓이기 시작해도

 

그 푸른 잎들 싱싱한 빛으로

애월읍 바다의 노을빛 꽃잎 낳으려들 무렵이었어요

 

겨울 눈 속에서

피운 작은 봉홧불들

 

한 꽃잎이 또 한 꽃잎을

서로 손 맞잡고 스무 살 적 처녀들

 

푸른 하늘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잎, 잎 사잇길 노래하던 꽃들

애간장을 녹이던

 

서북풍에 찢기고 밟히고 묻히고

심장이 뚫리고 넋이 널린 꽃무덤

 

울지 못한 당신들

백비에 적지 못한 사연, 동박낭꽃

 

여지껏 구천 하늘 허위훠 날고 있나요

꽃망울 당신 뱃속에 있나요

 

져버린

동박낭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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