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부친 편지

골뫼사니 2026. 3. 19. 05:53

못 부친 편지 

네가 외롭게 한 잎의 풀잎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때
또 한 잎의 풀잎으로 옆에 서서
함께 흔들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네가 겨울 눈보라칠 때
언덕에서 맨발로 우는 저녁이어도
나는 눈 내리는 밤의 낭만에
젖어 있었구나 미안하구나

네가 도시의 구석진 방에서
홀로 고통스럽게 인생의 길을 헤맬 때도
위로의 전화 한 통
편지 한 장 못 보내줬구나
미안하구나

네 몸이 지쳐 쓰러져 울 때에도
네 마음이 지쳐 잠을 이루지 못할 때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절망의 때에도
너를 일으켜 밥은 먹었느냐
잠은 잘 잤느냐

아, 한 옹기의 침묵
네 마음에 올려놓지 못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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