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골뫼사니 2026. 3. 24. 22:25

행운목
 
화분 속에 푸른 물 주어 기르던 행운목
사랑했었는데 죽었다
 
 
푸른 물을 열심히 받아 먹다
흙물 속에서 그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익사의 치사량은 나의 푸른 사랑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무관심,
신선한 햇빛과 맑은 바람과 고독이었다
 
어두운 아파트 계단 옆에
퉁퉁 불은 시신 너머 투명 유리창으로
구름 낀 가을 하늘에 떠도는
 
너무 많이 사랑받았던
이 땅 아이들의 유령들, 영혼들
 
묵은 김치처럼 백태낀 어리석음이여
우물 속에 빠졌던 우울한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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