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는 낫이나 두고 가지
고란아 내 낫 주고는 1905년생 울아버지 별호랍니다. 울아버지 쉰넷에 나를 낳았으니 나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할아버지 같았더랍니다
울아버지 청년 시절 동무들과 나무하러 갔다가 고란이 한 마리 무덤가에 누워 잠든 모습을 보았더랍니다
날래게 아버지는 낫을 들어 고라니를 친다는 것이 하필 엉덩이를 찔렀는데 고라니는 자다 깜짝 놀라 도망갔더랍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아버지를 고란아 내 낫 주고 가라고 놀려댔더랍니다. 내 어릴 적에 놀림당하는 아버지를 두고 창피하여 면이 서지 않았는데 당당한 울아버지 땜에 화가 더 났더랍니다. 사람들은 잠자는 고라니도 놓친 범판이라 놀려 댔지만 울아버지는 날래고 힘센 동무들이 고라니를 잡아 죽일까 봐 먼저 고라니를 깨우려고 엉덩이에 침만 살짝 찔러 깨워 도망 보내려 했던 것이란 말을 끝내 하시지 않았더랍니다.
울아버지 먼 하늘로 가시고 난 뒤, 문득 울아버지가 마을에서 최고의 나무꾼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더랍니다. 울아버지가 내게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몸으로 가르치셨던 것은 낫으로 칠 것이 따로 있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