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훌륭한 시인의 훌륭한 시들

이성복 시인의 그렇게 소중했던가

골뫼사니 2020. 6. 11. 22:04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가뿐 숨 물아 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 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는 삶은 꿈이다.

 

이성복님의 "그렇게 소중했던가

 

[출처]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작성자 아침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