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괴로운 생각

골뫼사니 2017. 5. 22. 10:03

생각나지 않는 생각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괴로운 생각은 없다. 머리가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 느낌을 적는 것은 쉬운 것이나 써야 하는 자의 글쓰기는 괴롭다. 차라리 궁창 안에서 우굴거리는 아주 작은 실지지렁이 새끼를 보고 있는 것처럼 시각에서 느껴 뇌로 오는 과정의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더 낫다. 그 작은 것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더 낫다. 펜이 가는 힘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펜을 밀고 가는 힘이 떨어지고 탁자 위에 얹어 짚은 오른팔 근육이 저려온다. 그러나 저려서 굳어질 때까지 버텨보라고 정신은 명령한다. 현실성없는 지켜질 수 없는 명령처럼 허황된 것은 없다. 그것은 필멸이다. 모두 진다는 사실을 모두가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때 진다 해도 다시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근육이 버티다 석고처럼 굳어질 때까지 버텨서 정신이 기진하여 육체에 항복할 때까지 밀고 가보는 것이다.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즐거이 이 패배를 받아들이자. 자나온 세월. 아니 어제의 모든 일드리 다 사랑스러웠음을 생각하면 다시 아카시아 흰 꽃등처럼 머릿속이 노래로 가득차고 빛나는 오월의 아침을 맞는 기분으로 바뀐다. 상큼한 향기에 취해 아편먹은 것처럼 정신은 접신의 도취를 만끽한다.

시험 감독, 학생들의 시험을 감독하는 행위처럼 괴로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학생들의 자존감을 감시하는 것, 욕망이 승하여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것, 이 균열이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그러나 보다 더 가지려는 것은 본능의 영역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비겁한 짓이지 ,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컨닝, 죄와 벌, 거짓됨. 다시

오지 않는 것을 탐하여 쫓고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할 때

이로 인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은

베어진 푸른 갈잎처럼 시드네-아함경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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