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5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시 당선작]박용우
검정 고무신 ㅡ박용우 어린 동생이 끌려가던, 길이었다 따라오지 말라고 눈물로 던진, 길이었다 여기다, 여기다 하며 두려움이 떨어뜨린, 길이었다 누이가 주워 가슴에 품고 가는, 길이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날, 까마귀도 종소리에 숨죽인, 길이었다 섯알오름에서 노을이 핏물처럼 흘러내리는, 길이었다 땅 밑에서 고구마가 굵어지고 땅 위에서 고구마 꽃이 자주 빛 울음을 터뜨리는, 길이었다 누이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으로 막고 초경을 앓던, 길이었다 동생에서 누이에게로 흘러내린 붉은 핏줄기가 상모리(上慕里) 불타는 골목마다 비린내를 몰고 가는, 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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