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리의 봄
박은영
한 여인의 젖을 아이가 빨고 있었다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이 서모*에서 부는 바람소리 같았다
핏덩이를 등에 업은 어미의 자장가가 들리는 듯한데
젖몸살을 앓던 아침, 붉은 비린내가 퉁퉁 불어 마을을 떠돌아다녔다 새들이 총소리
를 물고 둥지로 날아갔다 소란스런 포란의 방향, 꽃을 내준 가지가 동쪽으로 기울었
다
그것은 서쪽에서 해가 뜰 일
서모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 같았다
뚝뚝, 지는 목숨들 사이
아이는 나오지 않는 젖을 한사코 빨아대고 있었다
어미를 살려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그 힘으로 동백꽃이 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봄이 오고 있었다
* 서우봉
[출처]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대상-북촌리의 봄/박은영|작성자 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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