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훌륭한 시인의 훌륭한 시들

북촌리의 봄 박은영

골뫼사니 2021. 11. 17. 20:08

북촌리의 봄  

 

    박은영                  

 

 

 

 한 여인의 젖을 아이가 빨고 있었다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이 서모*에서 부는 바람소리 같았다

 

 핏덩이를 등에 업은 어미의 자장가가 들리는 듯한데

 

 젖몸살을 앓던 아침, 붉은 비린내가 퉁퉁 불어 마을을 떠돌아다녔다 새들이 총소리

 를  물고 둥지로 날아갔다 소란스런 포란의 방향, 꽃을 내준 가지가 동쪽으로 기울었

 다

 

 그것은 서쪽에서 해가 뜰 일

 

 서모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 같았다

 

 뚝뚝, 지는 목숨들 사이

 

 아이는 나오지 않는 젖을 한사코 빨아대고 있었다

 

 어미를 살려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그 힘으로 동백꽃이 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봄이 오고 있었다

 

 

   * 서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