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새

골뫼사니 2025. 4. 18. 07:22

치마봉 오르는 길
시누대밭 위에서 들려오는 휘파람새의 노래
주위가 미명으로 흐릿하였으나
휘파람새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었다
풀 숲을 헤치고 오래된 무덤 위에 멈춰 꼿발을 들고
소리나는 나무 위를 쳐다보았다
십여미터 위 나뭇가지에서 푸드득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서 그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없었다.
더 오래 휘이 휘이익 맑은 소리
들을 것을
보아 무엇하려  했나
욕심에 노래마저 잃었구나
고개 떨구니
자주괴불주머니꽃들도 귀들을 세우고 휘파람새의 노래를 듣고 있었구나
미안한 마음으로 발을 떼고나니
개구리발톱꽃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다시
봄을 알리는 휘파람새의 노래가 조금 멀리서 시누대 숲에서  들려왔다.
겨울 내내 한 나라가 통째로 우울했는데
그래도 휘파람새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봄 아침 숲으로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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