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밖으로
아파트에서
쉬는 날 엘리베이터을 타고 나왔다
누군가 현대의 감옥이라던
후미진 주차장 한 쪽에서
누군가는 담배를 꺼낸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맵다는
바람이
아파트 삶동과 死동 사이로
맵차게 불어온다
내가 뿜어내는 김 서린 입김과
상투적인 내 슬픔을 품고서
연기들 흩어져 간다
연기 밖으로
어려서 만나 마음의 흔적도 없이
서로 연기가 된 마을의 옛 동무들도
세상을 깊이 알지 못하던
열혈 가슴의 벗들도
세상의 어려움 어렴풋하게나
알아가며 함께 마음 나눴던 중년의 사람들도
겨울 바람 속 연기 밖으로
사라져 간다
그 사이
꽃눈이 혹한 속에 오무락거릴 거라 생각했다
내가 믿는 것은
그래 봄이 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