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밖으로

골뫼사니 2019. 1. 10. 18:45

연기 밖으로


아파트에서

쉬는 날 엘리베이터을 타고 나왔다

누군가 현대의 감옥이라던

후미진 주차장 한 쪽에서

누군가는 담배를 꺼낸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맵다는

바람이

아파트 삶동과 死동 사이로

맵차게 불어온다

내가 뿜어내는 김 서린 입김과

상투적인 내 슬픔을 품고서

연기들 흩어져 간다

연기 밖으로

어려서 만나 마음의 흔적도 없이

서로 연기가 된 마을의 옛 동무들도

세상을 깊이 알지 못하던

열혈 가슴의 벗들도

세상의 어려움 어렴풋하게나

알아가며 함께 마음 나눴던 중년의 사람들도

겨울 바람 속 연기 밖으로

사라져 간다

그 사이

꽃눈이 혹한 속에 오무락거릴 거라 생각했다

내가 믿는 것은

그래 봄이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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