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말이 환기하는 시절

골뫼사니 2018. 11. 23. 03:35

소리-말이 환기하는 시절


말은 생각을 담고 있다지

내 말에는 내 생각이 담겨 있겠지

정년 앞둔 옛날의 교수처럼

교수가 수업 시간에 들고 온

들고 들어 와 틀어놓은 레코드판

오래된 교수의 노트처럼

내 말에는 오래된 진보가 담겨 있겠지

말들이 앞 다퉈 초원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베란다로 뛰어가고 있는데도

내 말들은 베란다에서

뒤란으로 뒤란에서 순환되던 똥으로

똥이 거름이, 흙이, 에너지가

배추로 쌀로 음식으로 입으로

피로 살로 다시 소변으로

내 말들은 다람쥐처럼 바퀴를 굴리고 있지

아마

소작인이 재벌?

소작인에서 자작농으로 차를 바꿔 타지

못한 내 말은 아직도

그럴까,

배짱도 근성도 없이

말들을 타고 말로 세상을 담겠다

허세로 마음을 채웠던

라면에 막걸리로 배를 채웠던

그 젊은 날

어리석었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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