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길

골뫼사니 2020. 2. 23. 06:36

단풍나무 길


겨울 낮 단풍 나뭇길을

걷는다 바람은 선선하고

차고 상쾌하다 비틀어진 나뭇가지들

하늘을 가린다 하늘은 구름 몇 점 맑고

파랗다 지난 가을 하늘을 거의 덮었던 붉은 단풍들

떨어져 길거리에 삭아간다 비온 뒤 끝 공기는 한없이

맑고 상쾌하다 상큼하다 여름의 무성한 잎들도 봄에 피어나왔던

초록 잎들도 다 지고 나면 겨울 단풍 나무 양 옆에 우거진 길을 걷는다

트인 하늘이 파랗다 마음이 받았다


산 정상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어머님과 함께 걷던 길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계신다 물 밖을 나와 오래된 낙지처럼 축 쳐져 누워계신다

전화가 오면 불안하다 혹시 병원에서 오는 가슴 아플 소식이 들려올까 두렵다 다시 단풍나뭇길을 걷는다 겨울 단풍나뭇길 그 단풍나무 처럼 잎이 열래ㅣ고 무성한 잎이 하늘을 덮고 밤보다 더 짙게 붉은 단풍이 졌지 단풍은 떨어지고 물과 섞여 흙이 되고 먼지가 되고 뭐가 된다 뭐가 된다 어머니는 병원에 계신다 꽃눈이 공원에 열려 있다 얼음이 얼어도 꽃눈은 봄을 기다린다 꽃이 피려면 그 열매가 맺으려면 가을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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