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물

골뫼사니 2019. 8. 16. 11:06

흙물

 

아무리 조심조심 걷는다 하여도

 

비온 뒤 뚝방길 걸을 때면

운동화 흰 끈에 흙물이 밴다

 

어떤 옷들은 황토색 염색을 하지만

세상사에는 감내해야 할 일들도 많을 텐데

굳이 운동화 끈 하얗도록 빨래하는

아내의 손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빨랫줄에 햇빛이 내려앉는다

햇빛이 운동화 줄을 오르락내리락

 

말라가는 끈 두 짝을 보는 기쁨

마음이 환해진다

 

아내의 흰 손이 내 이마를 짚어오면

나에게는 빛나는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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