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골뫼사니 2019. 7. 16. 11:09

정오


바람은 살랑거리고

마음은 서늘하다

참새 떼들이 지저귀고

한참 떨어져 자동차가는 소리

마음은 항상 떠나가는 자의 벗

돌아올 날은 있는지


햇빛이 눈부시고 슬프고 아름답다

유월은 봄의 아쉬움이 남는 달

아카시아 꽃 향기는 모두 사라지고

배곤니아가 오래도록 피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응애가 산다


오래 피어 있다는 것이

늙은 나를 가슴 아프게 한다 

꽃은 내년에 다시 피지만 나는

내년에 여기 없다

슬픈 날은 다 지나가기 마련인데

오지 않는 슬픈 날을 기다리다가

먼저 간 벗들을 생각한다


근심 걱정이 없는 정원은 아름답다

정오의 햇살은 눈부시지만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서는 지원을 만들고

나무는 그렇게 흔들려 생명을 잇는다


정원에서는 아직도 바람이 산들거리고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고 있다

햇빛은 곧게 정원 아래로 떨어지고

나는 벤치에 앉아 꽃을 버리고

푸른 잎으로 여름을 나는 공연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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