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벽-퇴고 후

골뫼사니 2019. 4. 11. 16:52

어떤 새벽


길 잃은 말들을 찾아서

어떤 새벽은 나의 삶을 막아서는 때가 있다

새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말들에 치여

나무들에 달린 잎에 대해

나는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노래할 이유는 구름 한 조각

비 한 방울에, 눈물 두어 방울이다

어떤 단호함이 빗속에서 성호를 긋고 갈까

내가 지운 이름들이 살아서

나를 기억하는 어름에서 고통은 새롭다

끝내야 할 지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지평선

삶은 도려내야 할 고름덩이

아침은 오고가는 것도 아닌데

다만 거죽에 빛들이 스며들어 생을 이끌어갈 뿐이다

신기하게도 이 순간에 떠오른 이미지는

불타도 살아남은 먼 나라의 나무들,

아직은 새벽이 오기 전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양  (0) 2019.05.08
뿌리 줄기 가지 꽃 잎  (0) 2019.05.03
어떤 새벽  (0) 2019.04.11
인간의 도시  (0) 2019.04.08
  (0) 201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