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벽
길 잃은 말들을 찾아서
어떤 새벽은 나의 삶을 막아서는 때가 있다
새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말들에 치여
나무들에 달린 잎에 대해
나는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노래할 이유는 구름 한 조각
비 한 방울에, 눈물 두어 방울이다
어떤 단호함이 빗속에서 성호를 긋고 갈까
내가 지운 이름들이 살아서
나를 기억하는 어름에서 고통은 새롭다
끝내야 할 지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지평선
삶은 도려내야 할 고름덩이
아침은 오고가는 것도 아닌데
다만 거죽에 빛들이 스며들어 생을 이끌어갈 뿐이다
신기하게도 이 순간에 떠오른 이미지는
불타도 살아남은 먼 나라의 나무들,
아직은 새벽이 오기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