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집

골뫼사니 2017. 11. 13. 12:15

겨울의 집


애초에 그 집은 겨울에 없었다


새록새록 새순이 피어나던

입술 안개며 눈 이슬이며

건넛집 산그늘이며

풍뎅이 울음소리


바람과 하늘이 매달고 있는 별들이

해와 초승달

그믐처럼 이울던

---설움

그 모든 것이

집에 있으나

그 집에는 겨울이 없다


영혼으로 떠돌다

어느 잎에 깃들기를


겨울까지 살고 싶지 않아서

폐허를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떨어져 나갔다

누군가 소멸될 집에 기대어

슬픔을 다스려보기도 하겠지


다독이고 다독여 제 목숨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다면야

고독하지 않는 밤을 두려워하면 떨어져 가겠지요


누군들 새순으로 다시 피어나고 싶지 않는 생명

없을까마는

물 안개 아침 먼 숲으로부터 들려오던

햇볕같은 소리로

휘둥그레 눈뜨고

동박새


초여름 밤 가까이 빛나던

별들의 저녁 만찬이며

바우 이마 위에 부딪쳐 돌아오던

가을의 메아리

겨울이 쓸쓸해서 저버린 것일까

추워서

겨울에 나뭇잎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허둥댄다


자정이 오기 전에 자야 한다

더 일찍 겨울에는 찬물에 봄을 씻고

새 하늘과 새 공기를 마셔야 한다


소멸에 이르나니

애초에 그집은 겨울에 없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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