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집
애초에 그 집은 겨울에 없었다
새록새록 새순이 피어나던
입술 안개며 눈 이슬이며
건넛집 산그늘이며
풍뎅이 울음소리
바람과 하늘이 매달고 있는 별들이
해와 초승달
그믐처럼 이울던
---설움
그 모든 것이
집에 있으나
그 집에는 겨울이 없다
영혼으로 떠돌다
어느 잎에 깃들기를
겨울까지 살고 싶지 않아서
폐허를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떨어져 나갔다
누군가 소멸될 집에 기대어
슬픔을 다스려보기도 하겠지
다독이고 다독여 제 목숨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다면야
고독하지 않는 밤을 두려워하면 떨어져 가겠지요
누군들 새순으로 다시 피어나고 싶지 않는 생명
없을까마는
물 안개 아침 먼 숲으로부터 들려오던
햇볕같은 소리로
휘둥그레 눈뜨고
동박새
초여름 밤 가까이 빛나던
별들의 저녁 만찬이며
바우 이마 위에 부딪쳐 돌아오던
가을의 메아리
겨울이 쓸쓸해서 저버린 것일까
추워서
겨울에 나뭇잎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허둥댄다
자정이 오기 전에 자야 한다
더 일찍 겨울에는 찬물에 봄을 씻고
새 하늘과 새 공기를 마셔야 한다
소멸에 이르나니
애초에 그집은 겨울에 없었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