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서 식탁 위에 얹어 놓을 적에는(사)
홍색 무늬 색칠한 수저와 젓가락 한 벌은
아내 앞 자리에다가 놓았지(제)
청색 무늬 색칠한 수저와 젓가락 또 한 벌은
남편 앞 자리에 놓았다네
시간이 지나 세월이 희미해지는 무렵부터는
색칠된 수저는 잘 보이고 젓가락은 희미해 숟가락만 구별하여
아내와 남편의 밥상에 놓았다 하네
또 시간이 지나 세월이 아주 깜깜해지는 때가 되어서는
청색과 홍색이 아주 구별이 없어져서 숟가락 젓가락이 아내의 자리인지
남편의 자리인지 구별되지 않고 놓였다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남편과 아내의 구별마저 없어지고
청색 홍색 숟가락 젓가락 색마저 바래 없어지고 아내와 남편도
세상에서 지워졌습니다.
훗대 훗대 핏줄들은 따로인 웃대 웃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묘지를
한 묘소로 합장하였습니다.
남동향 양지바른 언덕에 청색 홍색 부부는 흙이 되어
섞이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