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모글

오종렬 선생님 추모사-장석웅

골뫼사니 2019. 12. 9. 06:52

기다리는 새날은 더디지만 동녘에 노을빛 타오르는데 선생님! 오종렬 선생님! 우리들 두고 가시고 계십니다. 가고 오는 것이고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이 섭리이건만 큰 산의 그림자가 지고 나니 우리들 마음이 온통 어둠입니다. 황망하여 어찌 말로 이 슬픔 토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의 따뜻한 품이 더욱 그리운 세밑에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 어디로 가신다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1989년 전교조 창립의 길에 함께 우리들의 앞길을 여시고난 후 우리들은 선생님의 뒤를 따라 어언 30년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깃발을 좇아 오늘 이곳까지 왔습니다.

 

선생님! 무등산 중머리재 만큼이나 넓으신 이마에 내리는 희 서리 내린 머리칼 쓸어올리시면서 사자후를 토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연한데 어찌 이리 황망히도 가신단 말씀이신가요?

 

오종렬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넓고 깊은 안목으로 우리들을 이끌어주셨습니다. "뭣하러 갔느냐고 물으면 예나 지금이나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는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전교조 해직 교사를 복직시키라" 어린 고등학생이 들고 일어나 탄압받아 학교에서 제적당한 청년 강위원을 서울까지 찾아가 공부시켜 대학을 보낸 분, 오종렬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참 따뜻하셨습니다. 그 따뜻한 손을 이제 잡지 못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권력에 끌려가 3년 가까이 고약한 곳에 갇혀 있다가 바깥 세상에 나온 후에도 집에는 잠시 잠깐씩 손님처럼 들리곤 했다. 그렇게 집 떠나 돌아다니기에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투쟁이 있는 거리와 민중의 고통과 상처로 고름이 터지는 곳이 집이었고 감옥이 더 아늑했다시던 선생님! 이제 평안히 사모님과 함께 노후를 보내셔야 하시는 데 차디찬 땅 속으로 당신을 보내야만 합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비가와도 마르고 민중의 해방나무는 민족의 뿌리에서 자란다" 라고 쩌렁쩌렁 외치시던 선생님! 오늘 우리는 삶과 죽음이라는 우주의 섭리 아래 선생님을 보내드려야만 합니다. 오직 한 길,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한 발자욱도 옆길로 가지 않으셨지요. , 선생님! 그리울 것입니다. 보고 싶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하늘 아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일구는 투쟁하는 사람들 정신 속에 살아 계실 것을 믿습니다. 그래 저 수많은 오종렬을 만나면서 그 상실의 슬픔을 잊을 것입니다.

 

"분단 장벽은 큰 감옥이자 전쟁범죄의 소굴이다. 자주통일 이룬 자리라야 민생복지 꿈이 이뤄진다.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투쟁하며 대중과 함께 이를 깨우쳐 나가자." 라고 하시며 선생님께 평생의 원인 통일 학교를 세우셨습니다. 이제 겨우 몇 년 안 지났는데 결실을 보시기도 전에 우리들에게 이별의 아픔을 주시는 것인지,

 

"합리적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하고 혈관에 인간의 피가 흐르는 자본주의? 그런 건 이 땅에 없다. 승자독식 자본주의 교육은 교육의 본성을 잃고 출세와 치부의 유일한 길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성을 잃은 이 땅의 병든 교육열을 한탄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내 나라, 내 땅, 내 국민, 내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세상은 더디지만 저 무등 뒤편에서 힘차게 아침노을의 빛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검은 구름 몇몇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도 518대동 세상 같은 세상은 기어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오종렬 선생님!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내밀어주신 진보에 대한 믿음과 연대의 정신으로 반드시 보답하여 자주민주통일 세상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리울 것입니다. 그리움이 저 무등 아래 오일팔 정신의 혼으로 피어날 것을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선생님을 보냅니다. 영원의 하늘로 보냅니다.

 

선생님! 오종렬 선생님! 부디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