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골뫼사니 2019. 9. 4. 16:43

이유


바다에 흰 포말들은 부서지고 부서져

흰무늬 나방떼의 셀 수 없는 날갯짓처럼이나

많은 이유들

나는 더할 나위없이 그런 생이 무거웠다

어떤 날에는 그것 보다 더 큰 날개가

이유를 덮었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허공에 떠 있기도 했다

어떤 이유도 지상에 더 남지 않았을 무렵

나는 한 발을 허공에 놓고 싶었다

날개를 떼고 끝이 없는 곳으로 나를 떨어뜨리고 싶었다

나는 펜을 놓고

무서운 나를 더 이상 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 자꾸 폴 발레리가 떠오르는 것일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