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다
골뫼사니
2018. 12. 3. 11:05
바다의 불꽃
배를 타고 나는 흐르고 있다
좀 더 검은 색의 바다와
좀 더 옅은 검은 빛의 하늘이
경계를 허물고
세상의 빛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빛을 빨아들이는 것이
하늘인지 바다인지 혹은 나인지 모른다
밤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들뜨지 않는다
들뜨는 것을 그가 버텨 온 삶이 다시 짓누르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이
다만 우리 모두는 밤을 맞이할 뿐이다.
낮은 건반을 걷은 검은 고양이처럼
아주 낮은 곳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나는 내 깊은 내밀한 곳으로
가는 바다에 매달려
꿈처럼 지나온 물결 사이
젊은 날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별이 뜨길 기다려 본다.
바다의 불꽃이
돌아올 날의 환영처럼
밤바다를 한 순간이나마 환하게 비출 것을
나는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