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잎

골뫼사니 2018. 11. 16. 11:56


목련 잎


찬란했던 시절도 한 순간

이제는 다른 날을 살아야 한다

햇볕 뜨겁게 내리던 한낮

저녁이면 바람이 늑골로 파고들고

유리창은 그 때마다 흔들릴 것이다.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실내에서 봄의 쑥국을 마실 것이다.

목련은 낮에도 밤에도

혼자 남을 것이다.

밤 벌레와 발정기의 암컷이 내는

고양이 울음 수리를 들으며

그런 때 나는

목련 잎의 노래에 밤의 시간을 맡길 것이다.

연한 초록에서

여름 지내고 연노랑 단풍이 들면

나는 오래도록

기다린 벌거벗은 나를 만나기 위해

겨울을 살 것이다.

늦가을 꽃눈이 맺히고

꽃눈이 트는 봄을 기다리며

나는 조용히 커튼을 내릴 것이다

오래 입었던 환의를 벗고

그것이 나의 사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애써 감추며

겨울이 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