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발사-원정
골뫼사니
2018. 8. 28. 21:13
이발사-원정
그 분의 부친은 훈장이셨다
52년 전쟁 중에 태어나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소학과 추구
그 분은 이발을 하면서 서서
생의 마지막이길 바란다 말한다
그 분은 내 머리를 가위로 자르면서
이야기한다.
거울 속에 나는 나보다는 더 잘 생겨 보인다
나는 그 분에게서만 이발을 한다
비싼 값으로 이발을 한다
아내가 이발하고 귀가하면 잘했다 한다
그 분은 한문학을 공부하러 야간 대학에 다녔다
손님이 없는 날에는 돋보기를 쓰고
대학을 읽는다
그 분은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다.
세계이발 대회 감독관이기도 하다
그가 가위질로 내 머리를 자르고 나면
나는 깊은 산 구상나무가 된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찬데
우뚝 서 있는 구상 나무 숲에 내가 있다.
그 분은 내 마른 귀밑머리에 비누칠도 없이
면도를 한다. 사르르 지나가면
내 잔털이 깍인다
길고 가는 그 분의 손가락은
몇 만 번을 가위질로 단련되었을까
그의 바리깡과 가위와 면도칼은
얼마나 많은 이의 털을 자르고 밀었을까
그 가위질로 사각사각 귀에 음악으로 들리고
나는 고개가 기울어지는데
나는 최고의 전문가에게
내 목을 맡기고 잠이 들곤 했는데
내 영혼이 잠시 육체를 떠나 평화로울 때
그 분은 내 육체의 가장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