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함께/책과 생각

데미안 중 에바부인인 싱클레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골뫼사니 2017. 6. 19. 14:00

범우사 세계문학전집 데미안 중에서


그러고는 별을 사랑하게 된 젊은이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바닷가에 서서 손을 뻗치고 별을 예배했다. 그는 별의 꿈을 꾸고 자기의 생각을 그것에 쏟았다. 그렇지만 사람이 별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루어질 희망도 없는데 별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자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서, 체념과 자기를 온화하게 해주고 정화시켜줄 무언의 충실한 고민을 읊은 와벽한 생명의 시 한 편을 썼다. 그러나 그의 꿈은 모두 별에까지 올라갔었다. 어느 날 밤, 그는 다시 바닷가 높은 절벽 위에서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리움이 절정에 달한 순간 그는 펄쩍 뛰어 별을 향해서 허공으로 날았다. 그러나 그렇게 뛰는 순간에 그는 다시 한 번 번개처럼 생각했다. '이건 정말 되지도 않을 일이 아닌가'라고! 그러자 그는 바닷가에 떨어져 죽었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그가 뛰어오른  그 순간에 굳고 확실하게 일이 성취될 것을 믿는 정신력이 있었던들 그는 하늘로 날아올라가 별과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사랑은 부탁해서는 안되는 거예요." 그 여자는 말했다. "요구해서도 안되고요, 사랑는 자기 내부에서 확신에 도달하는 힘을 지녀야 돼요. 그러면 사랑는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게 된답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 의해 끌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게 되면 그땐 내가 가겠어요. 나는 선물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획득당하고 싶은 겁니다."

어떤 때 그 여자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것은 아무 희망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는 자기 영혼 속에 완전히 들어박혀 사랑으로 훨훨 타 없어질 것 같았다. 그에게는 세계도 사라졌고, 푸른 하늘도 푸른 숲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하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고 가난하고 비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자라났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여자를 단념하근니 보다는 차라리 죽거나 멸망해버리기를 원했다. 그때 그는 자기의 사랑인 자기의 내부에 있던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 사랑은 강해지고 자꾸 끌어당기고 또 끌어당겼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여자는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왔다. 그는 여자를 끌어안으려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나 그 여자가 그의 앞에 와서 서자 그 여자는 아주 달라져버렸다. 그는 자기가 잃어버렸던 온 세계가 자기에게로 끌어당겨져 있음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그 세계가 그의 앞에 서 있었고 그에게 몸을 내맡겼다. 하늘과 숲과 시냇물, 그 모든 것들이 새로운 생생하고도 화창하게 그를 향해서 왔고, 그의 것이 되고 그의 말을 했다. 그렇게 그는 단지 한 여자를 얻음으로 해서 온 세계를 마음속에 갖게 되었고, 하늘의 모든 별은 그의 내부에서 반짝이고 그의 영혼을 뚫고 환희의 불꽃을 튀겼다. 그는 사랑했고, 그와 동시에 자기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잃기 위해 사랑한다.

.... 때로 나는 확실하게 내 본성이 끌려가고 도달하려고 애쓰는 대상은 그 여자가 아니라 나의 내면의 상징에 불과하며, 그것은 나를 보다 더 깊이 끌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자는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