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선화

골뫼사니 2017. 1. 22. 02:25

제주향 수선화


물 속에 그림자라도 비쳤으면 좋으련만

외롭고 시름많은 겨울 밤

바람불고 별들도 숨어 버렸나 보다


바람은 검은 돌들에게 구멍을 내고

말 못할 쓰라림은 가슴을 아프게 하는데


한사코 바다를 쥐어뜯는 바람은

결국 물결을 허공으로 불러내고

수천 수만 마리의 백마를 끌고 가는가 보다


사랑하는 딸아,

남쪽이라 하여도 제주는 아직도

한 겨울 1월인데

제주향 수선화를 보거라


겨울을 견디며 피어 있는 수선화를 보거라

쓰라림 모두다 씻어내고 태양에 말린 흰 빛 속에

노오란 희망으로 피어 있는 수선화를 보거라


어두운 밝은 대낮이어도

하얗게 뜬 눈으로 지새운 밤이어도

바다의 흰 포말을 가져다가

천지의 유채색을 모아다가

북풍 속에서도 처연히 아름다이 피어 있는

저 겨울 수선화를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