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유령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던 그 총알 날아오던 날아와 거기 남은 사람들에게 박혔던
속을 뚫고 총알 속을 뚫고 끝끝내 죽지 않은 정신들
유령이 내게 들어와 살았다 유령들이 내게 들어와 살았다.
나는 오래 살아서 늙었고 이 곳에 내가 살고 있는 한
그도 아직 죽지 않고 살고 있다 이 산 아래 몸 붙여 혹 떠난다 하더라도
처음에는 두려움이었다가 유령과 나는 발목에 사슬처럼 이어져
통곡이었다 그림자와 나처럼 붙어서.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일 수도 나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
말할 수도 죽지 못하고 살아있는 유령
없는 죄스럼이었다 부끄럼이었고 처음에는 통곡이었지
괴로움이었다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일 수도
나는 그것의 정체를 몰랐다. 욕됨과 부끄러움과 죄였다
남로의 은행나무는 노란 희망으로
가을을 노래했으나
나는 봄을 꿈꿀 수 없는 밤을 살았다
유령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