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선풍기(2차 퇴고)

골뫼사니 2016. 12. 26. 14:26

겨울, 선풍기

 

겨울눈은 봄에 환희지만

그대의 묵상은 여름에 겨우 노동,

한때는 세상을 뒤집기도 했지,

흡입을 멈춘 아메바처럼

푸른 수의 속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나

겨울, 그대의 육체는 먼지에 쌓이고

영혼은 남쪽으로 떠났다지.

무더우서 숨쉬기 힘들던 여름날들

그대가 끌어왔던 파도 끝 하얀 포말은

분노로 달궈진 인간의 모래밭을 식혀주었지,

저음의 바리톤으로 그대는 그늘을 노래했지.

타인의 불행으로 행복한 이들의,

마음의 동굴에 더부룩이 붙은 비만을

영혼 밖으로 밀어내려고도 했다지.

발목이 잡힌 채로 뒷바람을 앞바람으로

이어주는 그대는 바람의 다리

바람을 밀어 불꽃을 만들기도 했지

생명 있는 것들을 깨우며 오는 이른 봄이면

그대는 쉼 없는 노동의 날,

무성한 여름 부활을 꿈꾸고 있겠지

아직은 겨울인 곰팡내 아름다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