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가을이었다. 청명한 날이었다

골뫼사니 2016. 4. 4. 15:45

가을이었다. 청명한 날이었다. 코스모스기 길가에 피어 있었다. 어떻게 그곳을 만남의 장소로 택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날 어디서 처음 만나 어떻게 갔는지 젊은이는 기억할 수가 없다. 틀림없이 소년이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아마 마음 속으로 기쁨과 고통이 양쪽으로 갈라져 바람에 찢긴 깃폭처럼 펄럭거렸을 것이다. 거절당하는 고통과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의 기쁨이 다시 갈래갈래 찢겨 폭풍 속으로 들어선 작은 어선처럼 절망이었다가 마음밭이 돌배나무에 하얀 꽃이 만개한 듯 하늘이 밝아졌다를 되풀이했을 것이다.

가을볕은 적당히 들판을 비추고 그 빛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그들의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다. 코스모스, 청량한 햇빛이 가녀린 꽃잎 속에 투명하게 서리고 있었다. 남쪽으로 난 길이 그들을 태우고 천천히 아주 급박하게 뛰는 가슴을 억누른 소년을 다독이고, 검고 깊고 아름다운 수심을 간직한 소녀의 눈을 태운 채 유원지의 마차를 끌듯이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가을은 깊이로 세상을 경이롭게 만든다. 이미 가을이어서 이 소년과 소년의 만남도 신비해졌다.

아, 그리고 루이저 린제의 생의 한가운데에서를 끼고 있던 소녀

소녀는

태양빛은

갈대 숲은

영혼은

세월은

마음에 묻어둔 무덤

격렬한 고통은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다시 그 소년의 시기가 오고

모든 것을 던져셔

모든 것을 버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