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함께/책과 생각

열하일기에서- 북한산과 금강산에 대해

골뫼사니 2014. 4. 22. 12:05

 예부터 삼각산(북한산) 도봉이 금강산보다 낫다고들 한다. 금강산은 골 깊은 곳으로 일만 이천 봉이라 하여, 별난 봉우리가 깎은 듯이 서 있어 우람차고 깊은 맛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길짐승, 날짐승이 깃들이고 신선이 오르내리고 부처가 도사려 앉아 음산하고 침침한 품이, 무슨 귀신 사는 동굴에 든 느낌이 없다고 못 할 것이다.

 나는 일찍이 단발령에 올라가 금강산을 바라본 적이 있다. 마침 가을 하늘이 쪽같이 푸르고 저녁 해가 산봉우리들을 가로 비쳤다. 그러나 산색이 빼어난 빛도 업소 기름진 맛도 없어, 금강산의 흠을 두고 탄식한 적이 있다.

 한강 상류에서 배를 타고 두미강(頭眉江/하남시 검단산과 남양주시 예봉산 사이를 흐르는 강) 입구를 벗어나  서쪽을 바라보면 한양의 삼각산 봉우리들이 하늘에 닿을 듯 푸르게 솟아 있다. 영롱한 이내(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한 기운)와 맑은 아지랑이가 자욱이 서리면서도 상긋거리고 한들거리는 듯한 풍치는 삼각산이 아니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전에 남한산성 남문에 올라 북으로 한양을 바라보니, 물에 비친 꽃 그림자 같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달그림자 같기도 했다. 더러는 이것을 공중에 뜬 밝은 기운이라고도 한다. 이는 곧 왕기, 똥은 왕의 기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억만년 용이 서린 듯, 

 범이 걸터앉은 기세이니그 영험하고 밝은 기운이 여타 산과는 마땅히 다르다고 하겠다

지금 여기 봉황산(청나라에 갔을 때 본 중국의 산)의 기이하게 깎아 세우고 뽑아 올린 것 같은 모습이 비록 도봉산과 삼각산보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빛나는 왕기(王氣)를 공중에 풍기는 것은 한양의 여러 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나의 생각:나는 금강산을 가보기는 했지만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잠깐 주마간산으로 다녀왔으므로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금강산의 맑은 계곡에 흐르는 물색과 멀리서 보이는 봉우리들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북한산은 친구와 함께 두 번 가보았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박지원 선생은 세속을 벗어나 인간의 삶과 같이하지 않는 금강산보다 인간 세 가까이 있으며 인간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갖는 북한산의 매력을 말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