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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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시가선집
"훨훨 나는 꾀꼬리는/암컷 수컷 정다운데/나의 외로움을 생각함이여/누구와 함께 갈거나." 고구려의 유리왕이 불렀다고 전하는 "황조가"이다. 문면에 나타난 현실은 짝을 잃은 화자의 고독한 처지이고, 이상은 꾀꼬리처럼 정다운 부부관계이다. 이 노래에서의 현실과 이상은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영원한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상적인 삶의 추구가 강렬할수록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결손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노래의 앞부분은 자연의 정경을, 뒷부분은 화자 자신의 내면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노래가 들려주는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는 곧 자연과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괴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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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한국의 지식층 청년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혁명 사상을 수용해 이를 적극적으로 문학 활동에 접맥하기 시작했다. 이 사상은 초기에는 식민지 지배체제에 대한 민족적 저항 의식의 표출로 문학에 수용되었으나 차츰 마르크스주의와 결부되면서 계급적 투쟁 의식을 강조하는 조직적인 활동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실천의 구심점에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카프)이 자리한다. 계급문학운동은 이 단체를 중심으로 문학운동의 집단적 실천과 그 공동체적인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학운동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농민문학론이며 그 대표적 작가가 민촌 이기영(民村 李箕永)이다. 1896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기영은 1924년 "개벽"지 현상모집에 단편 "오빠의 비밀편지"로 당선된 후 1925년 카프에 가담했다. 단편소설 "민촌"(1926) "농부 정도룡"(1926) "서화"(1933), 장편소설 "고향"(1933) "신개지"(1938) "인간수업"(1941)을 발표하였다. 그는 광복 직후 월북하여 장편소설 "두만강"을 발표하였으며 북한에서 요직을 거치다가 1984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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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The Squ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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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최인훈 (Choi, In-hoon) | |
최인훈은 전후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로서, 작품들을 통하여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20세기 세계사의 진폭 속에 위치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 규명에 주력해온 폭넓은 사유를 보여준 바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광장"은 1960년에 발표된 이래로 지금까지 여러 세대를 거쳐 읽혀온 작품으로서,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지적 모험을 자극하는 "현재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작품은 분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넓게는 한국문학사, 좁게는 한국 소설사에서 큰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다. 물론 "광장" 이전이나 이후에도 남북의 분단 상황과 좌우 이데올로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편향된 시각으로 분단문제에 접근한 이 작품들을 엄밀한 의미에서 분단문학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최인훈은 이 작품에서 북한의 공산주의 이념과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해서 냉철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깊이 있는 비판과 성찰을 보여준다. 분단 현실에 대한 이러한 냉철하고도 균형 있는 성찰은 이념의 본질과 진정한 삶의 행복과 관련해 오늘날까지도 소중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항(二項)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3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지만, 기실 이러한 절망감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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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운몽 (Dream of Nine Clou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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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김만중 (Kim, Man-Joong) | |
한국 고전소설 중 최고 명작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의 "구운몽(九雲夢)"을 첫손에 꼽는다. "구운몽"은 불교의 공(空)사상을 근간으로 하여 불승인 성진의 세계와 관료인 양소유의 세계가 몽중 액자형식을 통해 대조적으로 교섭하면서 불교의 적멸주의와 유교적 공명주의를 대비시켜 인간의 삶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한 작품으로, 사상적 깊이나 인물의 행위와 사건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는 소설의 기법 면에서 고전소설의 백미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흔히 "구운몽"은 일찍이 도암 이재(陶庵 李縡)가 언급한 대로 세속의 부귀공명이 일장춘몽과 같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고 불교의 세계로 귀의하는 내용을 담아낸 것이라고 말하여 왔다. 또는 양소유의 여성 편력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절제하는 교육을 받았던 사대부가 억압된 욕망을 상상의 세계 속에서 마음껏 발현하는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구운몽"의 특정 부분에 중점을 두어 이루어진 것으로서 작품 전체를 통해 구현하려 했던 전체적 의미와는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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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 (Muj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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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이광수 (Yi, Kwang-su) | |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無情)"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이 소설은 식민지시대에 신소설이 빠져들었던 통속화 경향을 극복하고 근대소설의 서사적 속성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 무정의 시대는 무엇보다도 개인에 대한 발견과 자아에 대한 각성이 요청된 시기이다. 민족적 자기인식과 그 주체적 확립이 가능하지 않은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문학이 자아에 대한 각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자각과 각성에서 출발할 때에 민족 전체의 주체적인 자기 확립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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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반에 "정주성"이란 짤막한 시를 발표하면서 백석(白石·본명 기행)은 문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 이전과 이후의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고향마을과 그가 여행했던 지역에 파묻힌 우리의 오랜 풍속을 맛깔스럽고도 구수하며 투박한 고향의 언어로 그려냈다. 우리 스스로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나가지 못하던 시대에 점차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에 종속되어 옛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대해 그만큼 애정을 갖고 안타깝게 노래한 사람은 없다. 그는 등단 이듬해인 1936년 초 시집 "사슴"을 200부 한정판으로 냈다. 주로 자신의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한 토속적이고도 설화적인 이야기를 썼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여우난골족" "고야(古夜)" "가즈랑집" 등이 가장 선명하게 그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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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 (Three Gener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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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염상섭 (Yom, Sang-seop) | |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三代)"는 한 가족의 3세대에 걸친 가족사적(家族史的)인 이야기를 토대로 대한제국 말에서부터 식민지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 식민지시대 문학의 사실주의적 성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한 가족 내의 세대 변화를 주축으로 그들이 가지는 계층적인 유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삼대"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조씨 일가에서 맨 앞자리에는 조부 조의관이 서 있다. 그는 주자학의 명분론에 집착하고 있는 봉건주의자로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많은 재산을 이용하여 벼슬을 사고 집안의 족보를 거짓으로 다시 꾸미고 보잘것없는 가계를 명문거족의 후예로 가장한다. 그리고 조선 사회의 붕괴나 일제의 침략과 같은 역사의 격변에 대해 별다른 의식을 가지지 못한 채, 개인의 입신양명과 가문의 영예를 최대의 가치로 내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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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은 조선 후기의 문호이자 실학자다. 우리나라의 한문학은 연암에 이르러 최고의 높이에 도달했다. 연암은 특히 "산문"을 잘 쓴 것으로 유명하다. 연암은 한유나 소동파 등 중국의 위대한 산문작가와 견주어 봐도 전연 손색이 없다. 연암은 10대 후반에 이미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드러냈다. "마장전" "민옹전" "광문자전" 등 이른바 "9전(九傳)"에 해당하는 작품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전반 사이의 시기에 창작되었다. "9전"이 청년 연암의 뜨거운 파토스와 예리한 비판의식, 풋풋한 감수성을 보여준다면, 30대에 쓰여진 산문은 삶과 세계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과 응시를 보여준다.
연암은 이 시기에 지독한 가난과 함께 가까운 가족과의 사별을 경험했으며, 커다란 경륜을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판적 자세로 인해 당대의 지배질서 밖에서 소외된 지식인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바, 이러한 체험과 역정이 그의 산문에 놀라운 깊이를 가져다 준 것으로 보인다. "큰누이 묘지명"이라든가 "술에 취하여 운종교를 밟은 일을 기록한 글" 등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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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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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강경애 (Kang, Kyeong-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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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의 "인간문제"는 동아일보에 1934년 8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이다. 강경애는 광복 이전에 여성 작가로는 리얼리즘 문학정신을 가장 치열하게 또 실천적으로 구현했다. 그의 소설 대부분은 간도 이주 후에 쓰인 것으로 일면 창작활동을 통해, 일면 사회활동을 통해 저항적이며 투쟁적인 한국인을 적극 도와주기도 하였다. "인간문제"는 1930년대에 원소마을을 배경으로 선비라는 처녀가 지주에게 짓밟힌 후 마을을 떠나 인천의 방직공장에 가서 감독에게 농락당하고 억압받다가 결국 폐병에 걸려 죽고 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농민의 딸의 수난사로 요약되긴 하지만, 농민이 공장 노동자로 전화(轉化)되는 농촌 분해의 한 값진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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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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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정지용 (Jeong, Ji-yong) | |
한국 현대 시문학사를 대표할 수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들 수 있다. 그는 1926년 "학조"에 "카페 프란스"와 같은 다다이즘 경향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해 1930년대 초반에는 "시문학"파에 참여하여 순수 서정시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이후 종교시와 산수(山水)시라는 시적 편력을 거쳐 해방 정국에는 좌익 문단에서 활동하였다. 많은 시인들 가운데 하필 정지용의 시집을 추천하는 것은 그가 문학적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시기에 따라 다양한 경향의 작품을 쓰면서 한국시의 변화상과 우리 문단의 고뇌를 집약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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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변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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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박태원 (Park, Tae-won) | |
청계천이 복원되는 오늘에 다시 읽어 보는 "천변풍경"은 한국이 낳은 대작가인 박태원의 높은 산문 정신과 깊은 예술 혼을 재삼 음미해 볼 수 있는 문제작이다. "천변풍경"을 발표하기 몇 년 전 박태원은 그의 출세작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통해서 식민지의 서울인 경성이라는 폐쇄회로 속을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빼어난 문장으로 조각해 냈다. 물론 구보는 박태원의 호이기도 하다. 그 몇 년 후 "조광"이라는 잡지에 "천변풍경"을 연재하면서 작가가 묘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그 구보 씨의 거처이기도 한, 청계천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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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야담(靑邱野談)"은 1840년경에 편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으로 된 이야기 모음집인데 편찬자는 미상이다. "청구야담"에 수록된 이야기는 총 270여 개이며, 이야기마다 일곱 자 내지 여덟 자의 운치 있는 제목이 붙어 있다. "청구야담"에 수록된 이야기는 비교적 길이가 짧다. 이런 짧은 이야기를 학문적으로는 "단형서사(短形敍事)"라고 부른다. 한국고전문학사에서 단형서사의 전통은 대단히 오래다. 고려 중엽에 일연(一然,)이 저술한 "삼국유사"라든가 조선 초기에 성현(成俔)이 저술한 "용재총화" 같은 책은 모두 단형서사 모음집에 해당한다. "청구야담"은 이런 단형서사의 유구한 전통을 잇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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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은 춘향과 이 도령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사랑을 다룬 하고많은 소설 중에 이 작품이 유독 인기를 끈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춘향에게 있다. 이 도령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자기를 끝까지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헤어질 때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 엄연한 현실에 한없이 절망하면서도 이 도령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또 변학도가 수청을 강요할 때는 기생도 인격을 가진 인간이며,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며 항거했다. 급기야 거지의 모습으로 옥사를 찾은 이 도령을 보고는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월매더러 잘 대접하도록 부탁하는 춘향의 모습은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남원의 민중이 전폭적으로 춘향을 지지하듯이 독자도 춘향의 고난에 함께 울고 행복한 결말에 함께 즐거워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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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의 후예 (The Descendants of C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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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황순원 (Hwang Sun-won) | |
모두 9장으로 짜여 있는 장편소설 "카인의 후예"는 원래 "문예"라는 잡지에 1953년 9월호부터 1954년 3월호까지 5회 연재되다 중단되었던 것이다. 황순원은 "문예" 연재본을 두 배 가까이 늘려 작품을 완성시켜 1954년 말 중앙문화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냈다. "카인의 후예"는 1946년 3월 북한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을 배경적, 원인적 사건으로 설정하고 있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인 토지개혁이 작게는 비석골 양지터의 한 젊은 지주의 집안에, 크게는 마을 전체에 가져다 준 엄청난 변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젊은 지주와 늙은 마름 사이의 생사를 건 갈등과 대립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1953년에 1946년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카인의 후예"는 기본적으로 당대소설이 되겠다. 하지만 그 중간에 6·25전쟁이 가로놓여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역사소설적인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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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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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채만식 (Ch'ae, Man-Sik) | |
소설은 감성 혹은 느낌으로 파악한 당대의 역사이다. 한국의 근대사를 감성 차원에서 이해하고 그것을 내 인식 영역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한국 근대소설사에 우뚝한 몇몇 작품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채만식의 "탁류"는 한국 근대사를 파악하는 데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근대 한국의 초상을 한마디 느낌으로 포착한다면 "탁류"라는 말에 앞설 어휘가 없을 듯하다. "청류(淸流)"보다는 "탁류(濁流)"에 주목한 까닭은 탁한 역사의 흐름, 무뢰배(無賴輩)들이 횡행하는 현실의 실감이 그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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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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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박경리 (Park, kyung-ri) | |
시인 김구용(金丘庸)은 서울에 이괴(二怪)가 있으니, 북에는 박경리요 남에는 손창섭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괴란 범상치 않음이리라. 필자가 여기에 대구를 맞추어 본다면, 한국에 이대가(二大家)가 있으니, 남에는 박경리요 북에는 최인훈이다. 박경리는 통영, 최인훈은 회령이 고향인 두 사람은 반도의 남북 쪽 끝 태생이다. 두 사람의 문학은 모두 전쟁으로부터 발원해(박경리의 "시장과 전장", 최인훈의 "광장"),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초극하는 문학(박경리의 "토지", 최인훈의 "화두")을 창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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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음력 윤달 5월 13일 영조대왕이 큰아들 사도세자의 처소를 찾아갔다. 양력으로 치면 8월 초쯤, 무더위로 푹푹 찔 때다.
왕은 세자에게 자결을 명했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도 세자는 “아바님, 아바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라 하옵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다 들을 것이니, 이리 마소서”하고 목이 메도록 빌었다. 섬돌에 머리를 부딪기도 했다. 11세의 어린 손자(후에 정조)까지 할아버지께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영조의 결심은 반석 같았다. 세자를 죽이고자 하는 뜻을 쉬 이루지 못하자, 급기야 뒤주를 가져오라 했다. 재촉과 만류가 되풀이되면서 시간은 어느덧 밤이 되었다. 세자는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뒤주에 들어갔다. 거구의 세자는 왕이 직접 꽁꽁 봉한 좁은 뒤주 속에서 어둠, 무더위,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아흐레 만에 숨졌다.
이 과정을 지척에서 겪은 이가 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다. 혜경궁은 이 참혹한 광경 앞에서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시아버지가 남편을 죽였건만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시아버지가 지존이니 어디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혜경궁은 아들이 왕위에 오르고도 20년 동안 한을 가슴에만 품고 지내다가 환갑을 맞을 때쯤에야 옛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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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문학 |
고도를기다리며.jpg) |
•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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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사무엘 베케트(Beckett, Samuel) | |
한없이 지루한데 결코 자리를 뜰 수 없는 연극,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저 깊은 인간의 심연을 곧바로 느끼게 하는 연극, 근원적인 비애와 경련적인 웃음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연극…. 1953년 거의 폐관 직전 상태에 있던 파리의 한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의 첫 반응은 그렇게 막연하고 야릇했다.
그럼에도 조만간 이 낯선 체험에 대한 조용한 열광이 세계로 번져 나갈 것이고, 차후 베케트는 '반(反)연극' '신(新)연극' '부조리 연극' 등으로 명명될 20세기 연극의 새로운 조류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손꼽히게 된다. 그 명칭이 암시하듯 그때 사람들은 전통의 거부와 혁신, 그리고 '부조리'의 인식에서 이 연극을 이해하는 단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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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jpg) |
서양문학과 서양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인 것이다. 아니 동서양의 구분을 떠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독자를 인간의 이상과 욕망, 동경과 좌절, 사랑과 증오, 환상과 현실이 원색으로 교차하는 매혹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무엇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세월의 흐름에 빛바래지 않는 이야기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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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비극선집.jpg) |
• 그리스비극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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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소포클레스(Sophokles)/아이스퀼로스(Aeschylus)/에우리피데스(Euripides) | |
그리스 비극은 세계 어디서든 '만년 히트작'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아버지를 때려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는 아들, 아들을 맨손으로 갈가리 찢어 죽이는 어머니 등 그리스 비극은 사회적 인습과 제도가 송두리째 파괴된 세계를 보여 준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인은 왜 이런 끔찍한 얘기를 즐겼을까? 이 모진 얘기들이 아직도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왜 그리스 비극인가? 그리스 비극은 페르시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잇달아 치르면서 '그리스의 기적'을 이룬 기원전 5세기 아테네 민주정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 아테네 디오니소스제에서 상연된 그리스 비극은 시민들이 서로 자신과 자기 사회에 대해 논하는 장이었다. 그러나 아테네인이 무대에 올려 함께 구경한 세계는 그들의 조국이 아닌 '타자'의 세계였다. 그리스 비극은 거의 모두 영웅시대를 배경으로, 다른 도시국가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
당시선.jpg) |
중국을 흔히 '시의 나라'라고 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방대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루었는데, 그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것이 시라는 뜻이다. 현전하는 중국의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시경(詩經)'이다. 중국 문화의 남상(濫觴·모든 사물의 시발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3000여 년 전 시가 수록되어 있으니, 중국의 역사는 시로써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또한 시를 짓는 능력이 관리 선발의 기준이었던 당대(唐代) 이후 청대(淸代)까지 거의 모든 지식인이 시를 창작했다는 점에서도 중국은 시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다.
수천 년 중국 시사(詩史)에 있어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 받는 것이 당대에 창작된 시, 즉 당시(唐詩)다. 이백(李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백거이(白居易) 등 여러 대가가 수많은 시를 지었는데, 이 중 명편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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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jpg) |
• 돈키호테 (Don Quixote de La Manc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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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세르반테스(Cervantes Saavedra) | |
문학이 창조해 낸 으뜸가는 인물 전형 중의 하나는 돈키호테일 것이다. 그것은 어릿광대 같은 희극적 주인공 돈키호테에게서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상황에 실존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비극적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키호테의 희비극은 그의 시대착오적 기사(騎士) 편력에서 비롯된다. 몰락한 하급 귀족 출신으로 쉰을 넘긴 나이에 기사소설 읽기에 미쳐 있던 주인공이 마침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녹슨 투구와 갑옷, 낡은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몸소 편력 기사로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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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jpg) |
고전과 만나는 계기는 다양하다. 우연하게 눈에 띄었는데 알지 못할 힘에 끌리기도 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다 만나기도 한다. 글자로만 만나는 것도 아니다. 만화로도 만나고 영화로도 만나며, 요즈음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도 만난다.
고전과 독자의 관계도 일방통행만은 아니다. 첨단의 멀티미디어 환경과 초국적 자본주의 체계는 고전을 더 이상 '순수의 영역'에 가둬두지 않는다. 읽고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방식에서, 인터넷 게시판 소설이나 온라인 게임에서와 같이 읽고 다시 쓰고 변형하는 방식으로 고전이 소비된다. 고전이 안 읽힌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전의 두루누리(유비쿼터스·어디서나 존재함)화가 진척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
마음.jpg) |
• 마음 (The 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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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나쓰메 소세키 (Soseki, Natsu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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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心)'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쓴 일본 근대문학의 최대 정전(正典)이다. 소세키는 도쿄데이코쿠(東京帝國)대를 졸업하고 국비 유학생으로 2년간 영국 유학을 떠난다. 유럽권의 선진문명은 후진국 청년인 그에게 열등감과 고독감을 가져다주었고 이러한 고뇌가 '자기 본위'라는 문학사상을 형성하는 토대를 이룬다. 도쿄데이코쿠대 교수직을 버리고 전문 작가가 된 것이나, 일본정부가 주는 박사학위를 거부했다는 '나쓰메 신화'는 그의 약력을 말할 때마다 따라다닌다. 게다가 그는 1970년대까지 맥을 이은 다이쇼 교양주의라는 지식인 문화의 산파역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국 독자인 우리는 왜 그가 일본의 국민작가가 되었고 어떻게 이 작품이 그들의 정전이 되었는가 하는 점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즉, 소세키의 신화화와 '마음'의 정전화가 일본의 근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이 소설은 메이지 시대 말인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도쿄데이코쿠대 학생인 '내'가 서술하는 '선생님과 나' '양친과 나', 그리고 '나'에게 보내는 '선생님'의 서간체 서술인 '선생님과 유서'의 상중하로 구성된다. 재산가의 외아들로 태어난 '선생님'은 청년기에 부모를 잃고 숙부에게 유산마저 사기당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지니게 된다. 자신은 그런 무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던 '선생님'은 그러나 뜻밖에도 자신 속에 내재된 추악한 이기심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하숙집 아가씨에 대한 사랑 때문에 친구 K와 경쟁한 끝에 결국 그를 자살로 내몰고만 것이다. 그러한 '선생님'의 그늘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사상에 감화된 '나'는 '선생님'의 내면세계를 더 알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의 수수께끼와 같은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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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의 산 (The Magic Mount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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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토마스 만(Mann, Thomas) | |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는 황금을 얻고자 증류기 비슷한 밀폐 공간에다 각종 금속을 섞어 넣은 다음 높은 온도의 열을 가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런 '연금술적' 발상이 뜻밖에도 20세기 독일 소설문학에서 언뜻 엿보이는데 토마스 만의 대표작 '마의 산'(1924)이 그러하다. '마의 산'이라니, 대체 무슨 산인가? 스위스 고산지대의 소읍 다보스에 있는 고급 호텔식 폐결핵요양소 '베르크호프'이다.
이제 막 조선기사 시험에 합격하여 곧 함부르크의 조선소에 취직할 23세의 청년 한스 카스토로프가 여기에 도착한다. 환자로 입원하러 가는 길이 아니라 이미 입원해 있는 사촌형을 문병하기 위해 3주 예정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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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동안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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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마르께스(Marquez, Gabriel ) | |
백년 동안의 고독'(1967)은 서구의 문학계가 지나친 실험정신으로 '소설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때 '소설의 소생'을 증명했다. 문단을 짓누르던 엄숙주의와 실험정신의 족쇄로부터 소설을 해방시켰던 것이다. 프랑수아 라블레식 유머문학으로 분류될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철학적 의미가 풍부하고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이 소설은 1982년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었고 전 세계 대부분의 언어로 번역됐다. 소설은 '마꼰도'라는 가상 마을에 사는 부엔디아 집안의 7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서구의 식민지배와 왜곡된 근대화를 겪어온 콜롬비아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들을 사랑과 미움, 만남과 이별, 환희와 고독, 탄생과 죽음 등 삶의 파노라마 속에 녹여 펼치면서 소재의 지역적·정치적 경계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동시에 인물들의 반복적 행태와 순환적 서사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미와 한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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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사람이 해충이 되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변신'은 이런 이상한 사건을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건조한 문체로 보고하듯 시작된다. 변신과 그 이후의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감이 몸에 밴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얼른 일어나 출근해야겠다는 생각만 다급한데, 가족은 오히려 그가 변신한 상황에 차츰 적응하며 자구책을 마련해 간다. 시간이 가면서 주인공은 가족의 짐이 되고 그러다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썩어 주인공은 어느 새벽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들이 가는 가족의 모습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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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이야기 (Metamorphos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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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오비디우스 (Publius Ovidius, Naso) | |
성서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서양문학의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중세 후기에 이미 뚜렷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문예 부흥기에 이르면 오비디우스의 영향은 절정에 달한다. '변신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해 후대인에게 전해준 결정적인 문헌이다. 그러므로 이 저술은 문학작품이면서 동시에 신화기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로 후대에 알려진 그리스 신화는 많은 경우 이 작품을 원전으로 하며, 널리 읽히는 불핀치나 해밀턴이 서술한 그리스 신화도 모두 오비디우스를 풀어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작품을 탄탄한 구성과 주제적 통일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 앞에서 절망할 것이다. 각 이야기가 모두 변신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뚜렷이 어떤 주제적 통일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매우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 이야기에 이어 다음 이야기가 나와야 할 어떤 필연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우며, 오비디우스는 그때그때 편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점이 그다지 흠이 되지 않는다.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의 원천은 경탄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도록 교묘하게 짜인 그리스 신화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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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변신인형'은 왕멍(王蒙)의 대표작이다. 왕멍은 20세기 후반의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 들어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르고 있는 그의 소설은 1940년대부터 문화대혁명까지 사회주의 중국의 분투와 영광, 실패와 상처를 짊어지면서 개혁 개방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이르는 새로운 시대와 삶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이 소설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첫째는 1942∼1943년 일본에 점령당한 베이징의 한 가정 이야기다. 이 가정은 아버지, 어머니, 이모, 외할머니, 누나, 남동생(주인공 니자오)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버지는 유럽 유학까지 다녀온 신지식인이지만 속물적이고 방탕한 인물로 그려져 봉건적인 삶에 매몰되어 있는 어머니, 이모, 외할머니 등과 끊임없이 싸운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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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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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플로베르 (Flaubert, Gusta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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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1857)는 불륜에 빠진 한 여인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주의 문학의 완성, 자연주의 소설의 시작, 현대 소설의 선구 등 이 소설이 누리는 화려한 평가와 명성에 비해 작품의 소재는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데 바로 이 보잘것없는 소재로부터 아름답고 완벽한 세계의 '마담 보바리'를 만들어 냈다는 데 플로베르의 천재성과 예술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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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 (Snow Count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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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가와바타 야스나리 (Yasunari, Kawabata) | |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전형적인 '일본 회귀'형 작가에 속한다. 일본 회귀란 처음에는 서양문학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일본 전통에 기초하는 작풍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 가와바타는 '설국'을 계기로 전통 미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 소설은 무려 13년간의 개고를 통해 완결판이 나왔다. 마치 분재를 다듬는 정성으로 조탁한 일본어 표현은 당대 최고의 예술적 성취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행지에서 매력적인 두 명의 여성과 조우하는 시마무라는 무릇 남성의 꿈과 환상을 대신 구현하는 존재다. 산행 길에 우연히 찾아든 온천 마을에서 게이샤(藝者) 고마코를 만난 시마무라는 그녀의 청결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세 차례 방문하게 된다. 고마코도 시마무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고마코의 사랑이 현실적인 크기로 다가왔을 때 시마무라는 온천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결국 시마무라가 추구한 것은 현실적인 사랑이 아닌 도회의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게 해 주는 감미로운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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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익스피어(Hamlet, Macbeth, As you like it, Tempes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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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세익스피어(Shakespeare, Willi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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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시대, 문화, 지리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의 어휘와 구절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리 낯설지 않게 인용된다.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 “세상에 좋거나 나쁜 것은 꼭 없어. 모든 게 생각 나름이야”, “이 세상은 무대요, 우리는 한낱 배우에 불과해” 등등.
셰익스피어의 인물과 작품들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고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이들은 극작품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감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작가의 문학작품, 음악, 오페라, 그림, 영화 등 모든 예술 영역에서 지금도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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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완네 집 쪽으로 (Swann's 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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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프루스트 (Proust, Marcel) |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별과 재회 또는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이다. '스완네 집 쪽으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 편으로, 그러한 모색의 실마리에 해당한다. 작품세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부단히 죽어 가고 있다는 세네카 식의 인식이다. 특히 망각현상이 그 극명한 예이다. 까마득히 먼 유년시절에 겪었던 일들은 물론, 불과 며칠 전의 일들도 쉽게 잊거나 잊혀진다. 그것이 프루스트가 인식한 우리의 정서적 모습이다. 다시 말해 살아 있음의 뚜렷한 징표인 우리의 정서적 퇴적물은 그렇게 덧없이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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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La Divina Commed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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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단테 (Dante Alighieri) | |
2004년 11월 4일은 유럽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모인 유럽연합(EU) 가입 28개국 국가원수들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EU헌법 초안에 서명했다. 이 헌법은 각국 국회나 국민투표를 거쳐 2006년 11월 1일에 발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행사가 교황청에는 참으로 씁쓸한 날이기도 하였으니, 유럽이 그리스도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문구가 헌법 서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교황의 끈질긴 주장을 유럽 정상들이 묵살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헌법 서문에 “유럽의 문화적 종교적 인문적 유산”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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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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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톨스토이(Tolstoy, Leo, graf) | |
러시아 문학사의 큰 봉우리이고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사에 큰 자취를 남긴 거장이다. 생전에 이미 성자(聖者)로서 추앙받았던 그는 한국 근대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흔히 '전쟁과 평화'와 함께 소설가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1877년)는 구성과 세부 묘사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널리 읽히는 작품이고 러시아와 구미(歐美)에서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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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북 (The Tin Dr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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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그라스(Grass, G?nter) | |
역사를 소설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것도 퀴퀴하고 끔찍하고 묵직한 야만적인 역사를?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은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세 살 생일날에 성장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양철북을 목에 매달고 다니며 두드리는 어린 아이 오스카가 몸으로 체현한 이야기 '양철북'은 바로 독일과 폴란드 국경의 자유도시 단치히(폴란드명 그단스크)의 역사이자 제2차 세계대전 전후사의 축소판이다.
본 것을 쓰는 데 가차 없는 어린이의 눈과 출생부터 정신 성장이 완결되어 세상사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머리를 가진 주인공 오스카는 공식적 역사가 보여줄 수 없는 무대 뒤편의 삶, 탁자 밑의 부정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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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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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찰스 디킨스(Dickens, Charles) | |
대중성도 있고 예술성도 뛰어나다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861년)은 핍이라는 어린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국내에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원제의 뜻은 '유산' 자체가 아니라 '유산에 대한 큰 기대'이며, 동시에 당시 사회에 만연한 물질적 기대감을 가리킨다. 따라서 훌륭한 유산이라고 이해되기 쉬운 '위대한 유산'보다는 '막대한 유산'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하겠다. 사회적 상승욕은 숱한 근대 서구 문학작품의 주제였는 바 이 작품 또한 '신사(紳士)되기'라는 차원에서 같은 주제를 다룬 성장소설이라 할 만하다. 디킨스 당대의 이상적 인간상인 신사는 구시대의 귀족적인 이상과 부르주아적 이상이 결합된 사람으로, 일정한 재산과 교양에다 '신사다운' 덕목을 두루 갖춰야 했다. 이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시민혁명을 일으켰지만 귀족계급과 근대 시민계급의 부단한 타협을 통해 진행된 영국 근대사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신사는 일정한 재산과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정해지는 지배집단으로서 계급사회 특유의 배타성과 가부장적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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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조건 (Man's F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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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말로(Malraux, Andr?) | |
이 시대가 비극적인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 스스로 구원의 가능성을 거부하고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일까? '인간'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따로 있는 것일까? 앙드레 말로는 '인간의 조건'에서 개인적이고 부분적인 것이 체제적이고 전체적인 것과 맺고 있는 관계를 조망하고, 한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행위'임을, 그리고 그 행위는 역사 속에서 정당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삶의 역사성'을 강조함으로써 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조건'은 1927년, 중국 상하이에서 공산주의자의 주도 아래 총파업이 일어나고 군벌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이 국공합작을 하고 분열하는 과정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코민테른의 지도 노선에 충실한 인물과 공산당의 지령을 거부하는 소수파 사이의 갈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은 순간순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 고뇌에 빠져드는데, 말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인물을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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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오딧세이아.jpg) |
서양의 고전 목록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두 서사시는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서양의 고대사가 막을 여는 기원전 8세기 중·후반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의 내용은 그때까지 전승되어 온 구전시가(口傳詩歌)를 바탕자료로 구성된 것인데, 그 자료의 주된 소재인 신화나 전설이 형성된 시기까지 염두에 두자면 다시 수세기를 뒤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 이전의 아득한 옛날에서 작품의 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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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예술가의 초상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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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제임스 조이스(Joyce, James) | |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여러 작품 중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일반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이자 현대 성장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가 유년기와 대학시절을 보낸 뒤 예술가의 꿈을 안고 날로 피폐해져 가는 가정과 조국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매우 자전적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성장소설과 달리 연대기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대신 주인공의 '의식의 형성'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갖가지 심리적 생리적 사회적 자극을 어떻게 수용하고 저항하며 또는 소화해 내는지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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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jpg) |
•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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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호손(Hawthorne, Nathaniel) | |
너대니얼 호손(1804∼1864)의 '주홍글씨'(1850)는 미국 소설문학의 전통을 확립하고 미국문학을 세계문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되어 왔다. 헨리 제임스와 같은 후세의 소설가는 이런 이유로 '주홍글씨'의 출판을 미국문학사의 으뜸가는 이정표적 사건으로 간주한 바 있다. '주홍글씨'가 살아 있는 고전으로서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읽혀온 것은 미국적 이념과 그것에 입각한 바람직한 삶의 길을 탐구한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이면서 동시에 근대사회의 보편적 관심사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삶의 진실과 인식, 여성의 정체성과 권익 문제 등을 깊이 성찰한 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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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호프 희곡선 (Russian literature; Anton Chekho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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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체호프(Chekhov, Anton Pavlovich) | |
서구의 근대 사실주의 연극이 출현한 지 한 세기를 넘긴 지금, 그 시대의 극작가 가운데 안톤 체호프의 희곡만큼 세계적으로 꾸준히 공연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입센, 스트린드베리, 하웁트만, 버나드 쇼 같은 쟁쟁한 거장이 근대 연극의 북두좌를 이뤘다면, 오늘날 체호프는 이들로부터 성큼 떨어져 북극성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호프는 모두 7편의 장막극과 10편의 단막극을 썼는데, 이 중에서 1896년부터 사망하기 바로 전 해인 1903년 사이에 쓰인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 '4대 장막극'이 가장 널리 읽히고 공연되는 희곡이다. 젊은 예술가의 열정과 사랑, 가슴 아픈 좌절을 그리고 있는 '갈매기'는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희곡이다. 이 작품은 1896년의 초연에서 대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2년 뒤 스타니슬라프스키라는 걸출한 연출가에 의해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체호프의 독특한 극작술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무대 커튼 위에 날개를 펼치고 있는 갈매기의 그림은 지금도 러시아 연극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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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The Brothers Karamazo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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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 |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과 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자 19세기 러시아 장편소설의 위대한 시대를 장엄하게 끝맺는 걸작이다. 이 소설은 신에 의해 세상에 허용된 악에도 불구하고 신을 변호하고 창조의 목적론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구상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영원한 주제(믿음 자유 악 구원 인류의 운명에 관한 문제들)를 범죄소설의 틀을 빌려 탐구하며 그 속에서 친부 살해를 카라마조프 집안의 사건을 넘어선, 아버지―신의 살해라는 이념적 차원과 연관시킨다. 그는 각각 정념과 이성과 신앙을 대변하는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형제의 삶과 의식을 좇아가면서, 무신론적 합리주의나 공리주의가 아닌 영혼의 자유와 진정한 인간애, 속죄, 수난, 부활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하는 신앙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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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스트 (Fa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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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괴테(Goethe, Joh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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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전설의 인물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원래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중세 말의 마법사다. 그는 자연과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어 악마와 계약을 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단죄를 받는다.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의 운행이치를 인간 이성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신성에 대한 도전이다. 그렇게 보면 전설의 파우스트는 근대의 여명기에 기독교의 권위와 금기에 맞서 인간중심주의를 추구한 인간형의 표본인 셈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서구 근대세계를 탄생시키고 지탱해 온 그러한 인간중심주의와 맹목적 발전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담고 있다. 사적 영역에서 전개되는 1부에서는 근대적 자아의 탄생,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중심주제를 이룬다. 공적 영역에서 펼쳐지는 2부에서는 근대화 과정의 역동성과 내적 모순이 전면에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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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들 (ficcion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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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보르헤스(Borges, Jorge Luis) | |
세르반테스 이후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제작가로 일컬어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 한 편의 장편소설도 쓰지 않았다. 대신 '픽션'으로 명명한 단편에서 작가로서 희구하는 모든 것을 치밀하게 요약해 냈다. '픽션들'(1944)은 보르헤스 문학의 본령으로 간주되는 두 번째 단편집으로 그의 주된 관심사인 자아와 시간의 문제를 천착한 열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문고판으로 200쪽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이지만 그의 철학적 문학적 사유가 온축된 이 작품집은 예기치 못한 폭발력으로 들뢰즈, 푸코, 데리다 등의 후기구조주의 사상가들과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서구 지성계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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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jpg) |
• 허클베리 핀의 모험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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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마크 트웨인(Twain, Mark) | |
자주적이고 자족적으로 살아가는 미국인의 원형을 그려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서 19세기 미국인들은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이 소설은 미국문학의 전통을 만드는 데 중요한 밑바탕을 제공했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키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미국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게 하기 때문에 미국문학 전통을 논의할 때도 빼놓을 수 없다.
강을 따라 또는 숲 속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헉(허클베리)의 삶은 문명사회가 부여하는 구속의 틀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유를 향유하고자 하는 현재의 미국인들이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미국인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인종, 종교문제 등 당대의 사회문제를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
홍루몽.jpg) |
• 홍루몽 (Dream of the Red Cha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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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면서 중국사회와 문화에 관한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담론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단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일 뿐, 중국인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의 안내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중국인의 정신세계는 현재의 중국사회 모습을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됐다고 말하듯이 중국도 오랜 사유전통을 축적해 왔다. 따라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중국인이 어떤 내면세계를 지녀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루몽'은 그 세계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근대 이전에 출현한 중국의 소설작품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4대기서'(삼국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에 대한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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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에 발표된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20세기 현대 문명에 갇혀 생명의 기운을 잃은 서구인의 자화상이다. 20세기의 기술혁명을 바탕으로 치러진 1차 세계대전은 양측 군인 사상자만 3500만 명에 이르는 형언하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죽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얼마나 더 참혹하고 처절했던가? 작가는 시를 통해 스스로 만든 재앙의 굴레를 자신의 머리 위에 쓴 사람들의 죽은 영혼을 해부하고 있다. 누구일까? 그리고 무엇일까? 북러시아의 들쥐처럼 집단자살의 충동에 시달리며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문명으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인간에게 내린 신의 축복, 문명을 생명이 깃들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든 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20세기 최대의 시인 엘리엇은 섬뜩한 이미지와 푸가풍의 반복적이고 다음성적인 리듬으로 끊임없이 이 물음을 곱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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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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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 (Analects of Confuci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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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배우고 그것을 틈틈이 익히면 즐겁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이렇게 시작하는 '논어'가 공자의 말씀을 모아 놓은 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공자가 성인이고 논어가 불멸의 고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20년 전에는 확실히 그랬다.
하지만 요즘도 그런지 필자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어떤 때는 학생들에게 '논어'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고리타분'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름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질 때 참된 농군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듯이 논어가 지닌 그 고리타분한 냄새에서 옛 선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때에야 우리 속에 스며있는 전통의 향기를 논할 자격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겠다.
논어는 대화록이므로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도 좋은 책이다. 한문 실력도 늘릴 겸 원문과 대조해서 읽으면 더 좋겠다. 한문으로는 못 읽더라도 주석을 참조하면서 꼼꼼히 읽으면 우리 조상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했던 주희(주자·朱子)의 사상도 아울러 알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자꾸 읽다가 보면 공자가 나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며 이래서 '공자 말씀'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 허남진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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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당시 유교사상의 공허한 관념과 현실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 실학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저술은 500권이나 되는 방대한 것으로, 그 내용은 유교 경전을 해석한 '경학'과 국가 경영의 방법을 제시한 '경세학'을 두 축으로 문학 역사 지리 의례 음악 풍속 의학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다.
'다산시선'은 정약용의 많은 시 가운데서 그의 인간과 사회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시를 잘 골라서 주석과 해설을 붙여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 금장태 서울대 교수·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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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중용 (Great Learning, Doctrine of the Me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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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학(大學)' '중용(中庸)'은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리며 유학의 주요 경전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 두 책은 전통시대 특히 성리학 성립 이후 사대부가 유학을 배울 때 읽던 기본 교재였으며 오늘날에도 유학에 접근할 때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텍스트로 남아 있다. '대학'의 저자는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와 그 문인으로 알려져 있고, '중용'의 저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학'을 통해 유학에 입문하면 '논어' '맹자'를 읽고 끝으로 '중용'을 읽는다. '대학'이 유학이 지향하는 바와 그 과정 전체의 윤곽을 잡는 책이라고 한다면 '중용'은 이론적인 핵심을 확인하면서 정리해 나가는 책인 것이다.
주희는 '중용'이라는 책 제목의 '중(中)'에 대해 치우침이나 과불급이 없는 것이라 설명하고 '용(庸)'에 대해서는 일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곧, 치우침이나 과불급이 없는 인간의 본성을 일상에 구현하는 일로써 '중용'을 이해한 것이다. 나아가 '중용'은 한 개인의 심성과 일상생활의 수많은 문제가 하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이 유학의 지향점과 실천 과정을 제시함에 개인과 전체 사회를 연결시킨다면, '중용'은 한 개인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진행되는 일상생활과 삶의 도덕적 근원인 하늘을 중첩시키는 것이다.
'대학' '중용'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편의 본문과 주희의 주석을 완역한 것에 역주를 첨부한 성백효 선생의 '대학·중용집주'(전통문화연구회·1991)를 먼저 읽는 것이 좋다.
- 정원재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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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애초에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난다. 더 자라서는 누군가의 형제 또는 자매로, 누군가의 벗으로, 누군가의 학생으로, 누군가의 연인으로, 누군가의 아내 또는 남편으로, 누군가의 동료로, 누군가의 윗사람 또는 아랫사람으로. 이런 점에서 우리 자신의 몸은 수많은 관계들이 지나가고 중첩되는 교차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관계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은, 삶이란 수동성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개개인이란 그런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전체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거나, 개개인은 자신이 진입하게 된 관계에서 관행처럼 지켜지고 있는 규칙을 그냥 따르기만 해야 한다거나, 그렇게 규칙을 따랐을 때에만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전해지는 '맹자'는 한(漢)나라 시대 조기(趙기)가 당대 전해지던 맹자의 저술을 정리한 '맹자장구(孟子章句)'를 토대로 한 것이다. 현재 대학생 수준에서 읽을 만한 '맹자' 번역으로는 성백효 선생의 '맹자집주'가 있다. 이 책은 원문에 매우 충실하며, 전통시대 가장 많이 읽힌 주희(朱熹)의 주석이 완역되어 있다.
- 정원재 서울대교수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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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럽고 잘못되어갈 때, 나서서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고 직접 실천하여 본보기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고려 중기의 불교승려인 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도 그런 이로 꼽힌다. 지눌은 한국 불교역사, 특히 한국 불교사상사에서 신라 때의 원효(元曉)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추앙된다. 그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 '보조법어'다. 당시 고려사회는 민란이 거듭되고 무신정권이 등장하여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불교계에는 분열과 타락상이 심각했다. 지눌은 세속의 명리를 좇는 데에만 급급한 당시 불교계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수행을 하는 승려조차 깨달음을 이루어 부처가 된다는 불교 본령의 목표는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기껏해야 내생에 좋게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데 대해서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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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열전 (Records of the Grand Histo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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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조선시대의 선비 김득신(金得臣)은 '사기' 열전이 너무 좋아 일생 동안 무려 1억2만80번을 암송했다고 한다. 물론 극단적인 과장이다. 그러나 전통시대의 동아시아에서 가장 애독된 역사서가 '사기'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그 인기는 현재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사기'는 사마천이 중국 문명 초기 단계에서 자기가 생존한 기원전 1세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약 2000년 전 저술된 중국 고대 역사책이 왜 이토록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흥미 있는 주제를 박학다식한 천재가 예리한 통찰력으로 통관하고 생명을 건 사명의식을 갖고 집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문명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확립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기반과 제도를 창조 발전시켰다. 황제 지배체제는 동아시아 고대 문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도록 개발된 체제인데, 사마천의 시대는 그 체제가 대체로 완성된 시기다. 제국은 문명의 결정체였고, 그 발전의 주체였다. 사마천은 바로 이 문명과 제국을 '역사'로 만든 것이다.
- 이성규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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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역사서로 손꼽힌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로 분류되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와 비로소 한국의 고대문화를 더욱 원형에 가깝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담은 사서(史書)로서 제대로 평가받게 됐다.
삼국유사의 불교사 인식에서도 이 나라가 오래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은 땅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몽골보다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불교적인 영험담을 통하여 혼란한 민심에 강렬한 신앙심을 고취하려는 문화 의식을 나타내 주고 있으며 또한 세속적인 명리에 집착하거나 부도덕한 승려를 비판하고 일반 서민과 노비의 신앙 사례 등에 따뜻한 애정의 눈길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불교신앙의 중심 과제가 중생의 구제임을 분명하게 나타내 주려는 저자의 사회의식을 읽을 수 있다.
오늘날 번역서로는 '삼국유사'(이재호 역·솔), '일연과 삼국유사'(정병삼 편역·새누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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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아함경은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 살았던 인물인 사캬무니 붓다가 45년간 그 제자들과 나눈 대화와 가르침을 모은 것이다. 비유나 우화가 많이 등장하고 대화체로 써 있어 읽기 쉬워 보이지만, 내용은 삶의 조건과 질곡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해결책 등을 말하고 있어 무겁다. 그러나 붓다가 제자의 특성에 맞춰 난이도를 달리해 묻고 답한 것이므로 그 입장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색해 가는 방식으로 읽으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생로병사로 특징지어지는 삶을 고통이라고 본다. 그 고통에는 원인이 있고 또 그것의 소멸, 즉 열반이라는 상태가 있다. 또 거기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라고 한다. 고통으로서의 삶이 열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존재는 원인을 가지고 상관하는 관계, 즉 연기(緣起)의 관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저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도 소멸한다는 것을 알면 번뇌와 괴로움의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함경'에 대한 연구도 이른바 대승불교의 전통을 따르는 한국에서는 이것을 소승불교라 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일찍이 19세기부터 서양 불교학계에서는 팔리어 '니카야'를 번역하고 연구했다. 현재 구미의 웬만한 대학에는 불교 강의가 개설되고 수백 명의 학생이 수강을 하고 있다. 아함경 한글 번역본은 완역본에서 축약본까지 수십 종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중 '한글 아함경'(고익진 교수 편역·동국대 출판부)이 학술적이고 내용이 충실하며 '부처님 말씀'(성열 스님·현암사)도 쉽게 읽을 수 있다.
- 조은수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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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탈학교 학생을 위한 센터를 운영하는 어느 교수님이 인도 철학 강의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오셨다. 청소년에게 인도 철학이 무슨 흥미가 있겠느냐고 했더니, 학생의 인생의 지평이 넓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인도 철학을 강단에서만 이루어지는 고담준론으로만 여기고, 살아있는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음을 필자 자신이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인도 철학은 고원한 진리를 추구하고 인생과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끝없는 철학적 토론과 깊은 명상을 실천했던 인도의 무수한 현자의 가르침의 총체이다. 우파니샤드는 이런 인도 철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우파니샤드의 현자들은 눈에 보이는 다양한 경험 세계의 근저에 있는 보이지 않는 실재를 탐구하려는 형이상학적 사유를 시작했다. 그것을 앎으로써 다른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우주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실재 자체를 아는 지식을 추구한 것이다. 우파니샤드란 '가까이 앉는다'는 뜻으로, 우주와 인생의 비밀을 아는 이 신비한 지식은 스승과 제자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조심스럽게 전수되기 때문이다.
요가와 명상 수행법은 걷잡을 수 없게 휘몰아 오는 물질주의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우파니샤드의 번역본 중 원문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우파니샤드 I·II'(한길사)가 있다. 최근엔 같은 역자가 청소년을 위해 풀어쓴 '우파니샤드: 귓속말로 전하는 지혜'(풀빛)가 출판됐다.
- 조은수 서울대 교수·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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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율곡 이이(李珥)는, 인간이란 욕구하는 존재라고 본다. 그런데 욕구하는 대상을 획득하려는 인간의 활동은 사회 성원 간의 경쟁과 충돌을 낳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혼란과 무질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욕구의 충족을 위한 행위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지만 사회의 차원에서 볼 때는 '악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이가 볼 때,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착하게 행동할 수 있는 여지란 거의 없다. 이에 대한 이이의 처방은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규범 체계인 예를 따르라는 것이다. 개인은 먼저 무조건 그리고 전면적으로 예를 수용해야 한다. 예에 비추어 자신의 욕구가 옳은 것으로 판정되면 욕구대로 행위하고, 그른 것으로 판정되면 욕구를 버리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사회가 개인을 감시하는 장치를 내면화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라고 한 것이다.
이이의 글은 거의 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7권으로 간행한 '국역 율곡전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이의 글을 가려 뽑은 선집은 대부분 사상전집류에 포함되어 있어 서점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중 일반 독자가 사 볼 수 있는 것으로, 내용이 비교적 충실한 번역본은 '한국의 유학사상'(삼성출판사·1997)이다. 이 책은 이황과 이이의 저술만을 뽑아 옮긴 것인데, 이이의 저술로는 '격몽요결' '동호문답' '천도책' 등과 함께, 이이가 묵암 성혼(成渾)이나 사암 박순(朴淳)과 논쟁하면서 주고받은 편지, 이이가 국왕 선조에게 올린 '인심도심도설' 그리고 '성학집요'의 서문 등을 수록하고 있다.
- 정원재 서울대 인문대·철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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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자(본명 장주·莊周)가 살았던 시대에는 개인 상호 간의 무한한 생존경쟁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처참한 전쟁이 만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공동체에 앞서는 개개인의 사람다운 삶의 추구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적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장자에 의하면 인간은 사회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 유지를 위하여 생겨난 사회제도, 이념, 권력, 재물 등등은 결국 생명 밖의 존재, 즉 외물(外物)에 불과하다. 장자는 바로 이런 '외물'의 추구 때문에 도리어 살아있는 개개의 인간(생명)이 희생당하는 비극적 모순을 지적한다.
사회 속에 살면서 사회적 제약을 넘어서려는 장자의 이상은 영원한 유토피아인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 삶의 '진정성'의 추구를 포기한 채, 가상세계가 이끄는 기계놀이에 매몰되어서 도구종속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장자의 환상적인 유토피아 이야기가 주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장자'의 한글번역서로는 안동림이 역주한 '장자'(현암사)가 있고,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번역서로 오강남이 풀이한 '장자'(현암사)와 이강수와 이권이 옮긴 '장자'(길)이 있다.
- 송영배 서울대 교수·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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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백가선도 (The Hundred Schools of Thou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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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중국에서는 기원전 9세기를 전후로 철기가 농업에 도입됨에 따라 생산력이 현격하게 증대되었고, 이를 배경으로 새로운 사회체제의 태동을 맞게 된다. 바로 종법적(宗法的) 봉건체제에서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관료체제의 등장과 함께 자신의 지적 능력과 소질에 따라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되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란 이 같은 배경 하에서 진시황(秦始皇)에 의해 천하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원전 3세기까지 활동한 수많은 철학자와 학파를 가리킨다. 이들의 다양한 철학적 문제의식은 크게 유가(儒家) 묵가(墨家) 도가(道家) 법가(法家)의 네 가지 유파로 개괄될 수 있다.
필자가 쓴 '제자백가의 사상'(현음사)은 15장에 걸쳐서 각 사상의 개요와 발췌된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실어 놓았다. 이 책은 독자가 다양한 제자백가 사상의 진수를 쉽게 맛볼 수 있도록 각각의 사상적 요점을 발췌하여 정리해 놓았다.
- 송영배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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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역(周易)은 시(詩), 서(書)와 더불어 유교의 삼대 경전 중의 하나로 음양의 두 효(爻)가 여섯 번 겹쳐 만들어진 64개의 괘(卦)와 경문, 경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십익(十翼)으로 이루어진 점서(占書)이다. 음양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기호의 모임인 64괘도 그렇고 예언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경문도 호기심과 신비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주역의 근원은 유래가 불분명한 점괘들이지만 주역이 불후의 고전 중의 하나가 된 것은 일반적인 역술서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들 수 있는 특징은 신탁과 같은 초월적 방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역의 신비는 마치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듯한 부호들의 형상과 수학적 배합에서 나온다.
- 허남진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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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유교 전도사로 자처하는 하버드대의 두웨이밍(杜維明) 교수는 항상 한국 지폐를 지니고 다닌다. 1000원권과 5000원권에 있는 퇴계와 율곡의 초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유학자가 화폐에 등장하는 예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하면서 조선이야말로 유학의 이념을 구현한 유일한 나라이며 그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은 유교가 아직 살아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치켜세운다.
이러한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퇴계 이황(退溪 李滉)이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지극한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가 퇴계와 퇴계사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퇴계가 한국 성리학의 주춧돌을 놓은 훌륭한 유학자이고 중국의 성리학자보다 더욱 정밀하게 주자를 연구하여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퇴계선생문집’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전문 연구자가 아니면 다 읽기 힘들다. 퇴계의 성리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성학십도(聖學十圖)’를, 학문적 태도를 아울러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고봉과 주고받은 서신을 묶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를, 퇴계의 사상을 두루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퇴계문집’(민족문화추진회)을 권하고 싶다.
- 허남진 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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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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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디 자서전 (Gandhi An Autobiograp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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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M.K. 간디 지음 ; 함석헌 옮김 (Gandhi, Mohandas Karamchand) | |
<동아일보> 간디자서전은 부제인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가 말해 주는 바와 같이 비폭력을 통해 이룩한 순수영혼의 투쟁사이다.
이 자서전이 선정된 것은 그의 사상이 제3세계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간디 스스로 그 사상의 가능성을 실천적 삶을 통해 온몸으로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간디는 가히 서양사상 일변도의 사상사에 실천으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서전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다. 간디의 이상은 고원하고 그 실천은 따라하기 어렵지만, 이 자서전은 너무나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자서전을 읽으면서 간디가 위대한 넋으로, 성자로 추앙받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덕성의 힘을 증명하는 간디자서전은 물질 위주의 세상을 살아가게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인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조흥식 서울대 교수·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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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와 처벌 (Discipline and Pun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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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미셸 푸코 (Foucault, Michel Pa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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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1975)은 좁은 의미에서는 형벌의 이론과 제도에 대한 저자의 역사적 성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이 책은 근대적 감옥의 출현과 함께 도입된 규율, 훈련, 교정, 관찰 등의 방법이 감옥 밖의 사회에서 어떻게 권력의 기술로 작용해 왔는지를 치밀하게 규명한 책이다.
푸코는 "부르주아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과는 다르게 "근대세계와 인간 착취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전에 그의 작업은 광기에 대한 이성 중심 사회의 탄압("광기의 역사"), 에피스테메 혹은 인식구조의 시대적 변화("말과 사물"), 병원과 의학의 사회사("진료소의 탄생") 등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감시와 처벌"에 이르러서는 권력의 정체와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오생근 서울대 교수·불어불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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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록 (Confession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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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아우구스티누스 (Aurelius, Augustinus)(영:Saint Augustine. Saint Augustine of Hippo) | |
서구 문화의 두 기둥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는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두 문화가 합류하는 지점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고중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저작을 낸 그는 '고백록'을 자기 대표작으로 간주했다.
이 책이 불후의 명작인 이유는 진리에 대한 그의 열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아퀴나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 등을 형광등의 밝고도 차가운 빛을 내는 지성이라고 한다면 그의 책에서는 시뻘건 불꽃으로 넘실거리면서 삶을 송두리째 삼키는 '마음의 논리'를 접할 수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인간 천성이 “진리를 찾아내려는 사랑에 사로잡혀 있다”고 단정하고 그 진리를 '님'이라 불렀다. 그리고 “님 위해 우리를 내시었기에 님 안에 쉬기까지는 우리 마음이 편하지 않소이다”고 실토한다. 당시 유행하던 온갖 철학과 종교를 방랑한 끝에 나사렛 사람이 “아버지”라고 부르던 인격신에게서 그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 성염 주교황청 대사·前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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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Polite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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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플라톤 (Platon)(영:Plato) | |
이 책에 담긴 그의 성찰은 그 시대와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상황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삶의 문제를 얘기할 때도 언제든지 대입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데 특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오늘의 시각에서도 대담하다고 할 수 있을 많은 주장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철인통치론이나 시인추방론, 사유재산을 갖지 않는 통치자들의 이상적 공산공동체 구상, 여성통치자가 등장할 기회 부여,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주장 등이 그렇다. 이런 주장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온 것은 '국가는 정의를 토대로 할 때에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앎에 기초한 통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종현 교수의 공들인 번역 덕분에 2500년 전의 고전을 한국의 독자들도 정확하고도 유려한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 김남두 서울대 교수 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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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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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아담 스미스 (Smith, Adam) (Smith, Adam) | |
<동아일보> 과학적 경제학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간한 1776년이라고 답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경제학 분야를 대표하는 한 권의 고전을 선택하라고 할 때도 스미스의 '국부론'을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이 스미스의 '국부론'이 가장 대표적인 경제학 저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적인 모습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저작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국부론'의 저자인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의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나 글래스고대를 다니다가 주위의 권유로 옥스퍼드대로 갔으며 졸업 후 다시 글래스고대로 돌아가서 도덕철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다가 한 귀족의 개인교수를 통해 소득을 올린 후에는 집필 활동에만 전념하여 완성한 책이 바로 '국부론'이다.
이 책 1판이 1000부 발간된 이래 1790년 스미스가 사망할 때까지 5판이 발간된 바 있으며, 당시 서양 선진국에서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권의 번역본이 있는데 1992년 서울대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판본이 현대적 국어로 쓰인 좋은 번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 홍기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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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주론 (The Pr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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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니콜로 마키아벨리 (Machiavelli, Nicc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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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까지 모든 정치이론의 중심이었던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의 구성과 조직의 문제'는 그에 의해 '효과적인 권력 조직의 획득과 유지의 방안에 관한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 권력 조직을 그는 '스타토(stato·국가)'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그의 정치학의 핵심 개념이다.
이렇게 해서 권력 조직으로서의 국가의 문제가 마키아벨리에 의해 사상 처음으로 정치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정치이론에서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불릴 만한 큰 사건이다.
특히 프랑스와 스페인이 대결을 통해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 조직으로서의 근대적 영토국가가 출현했던 당시에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키아벨리의 공헌은 당대에 출현하기 시작한 근대적 정치질서의 역사적 의의를 그 누구보다도 빨리 국가라는 개념을 통해 포착한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근대 정치이론의 비조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맥 속에서 '군주론'을 이해할 때 그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 기존의 도덕률에 대한 거부는 충격적이었겠지만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사(修辭)적 필요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 박상섭 서울대 교수·외교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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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해석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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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지크문트 프로이트 (Freud, Sigmund) | |
<동아일보> 지크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창시된 정신분석은 우리의 인간 이해를 돌이킬 수 없이 바꾸어 놓았다. 의식되지 않은 나의 과거가 나를 지배하며, 나의 정체는 내 의식에 비친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등, 이미 일반화된 이런 생각은 정신분석의 도래 이후 정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 억압, 리비도 등의 중심개념이 우리의 인간 이해의 전제가 된 것도 정신분석 이후의 일이다.
정신분석이 인문학, 사회과학의 제이론에 미친 영향은 실로 심대하며, 좋든 싫든 프로이트 이후의 인간 이해는 정신분석이 설정하는 인간관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몇 해 전 타임지는 20세기의 지적 지형을 바꾼 인물 중 첫 번째로 프로이트를 꼽고 그를 표지인물로 삼은 바 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이 심리학과 생물학에 뿌리를 둔 과학임을 신봉했다. 그러나 정신분석이 과학으로 성립될 수 있느냐에 대하여는 그의 사후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프로이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행될지 모른다. 그러나 예컨대 문학, 나아가서 문화현상, 사회현상에 대한 탐구에서 프로이트의 사상은 필수불가결이 아닐까 한다.
- 이성원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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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마코스 윤리학 (Nicomachean Eth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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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 |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어떤 기발한 윤리교설을 창안해내서 열렬한 신봉자를 끌어 모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윤리문제에 관한 학문적인 논의의 기반이 되는 개념 틀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마련해놓은 것이 그의 가장 큰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그 개념 틀은 적어도 이 책이 쓰인 기원전 4세기부터 계속 서양 윤리학의 사상적 골격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서양 윤리사상사의 큰 흐름을 그 저류에까지 깊이 탐사하고자 하는 지적인 호기심을 가진 독자는 이 책을 재독, 삼독하면서 저자와 토론하기에 결코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번역으로는 최명관 역(서광사)을 추천한다.
- 이태수 서울대 교수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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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계보학 (On the Genealogy of Moral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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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프리드리히 니체 (Nietzsche, Friedrich) | |
<동아일보> 프리드리히 니체가 "도덕의 계보"를 1887년에 출간한 것은 이미 8권의 저서를 낸 후였다.
이 책은 니체가 1886년 그의 사상을 종합해 출간한 "선악의 피안"의 속편으로 그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술된 약 160쪽의 비교적 얇은 책이다.
니체는 사상에서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도덕적 가치"가 무엇이며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이 책을 통해 탐구하고 있다. 그는 도덕적 가치의 기준이라는 것들이 역사 속에서 구체적인 행위들을 통해 오랫동안 강요되면서 뿌리내려오게 됐다는 것을 분석적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 책은 결국 사회적, 개인적인 원한이 쌓이면 그 사회 또는 개인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므로 이들이 핍박받지 않도록 자유주의의 확산, 창의력의 독려가 사회 구성의 중요한 요소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한다.
- 최정운 서울대 교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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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바이어던 (Leviat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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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토마스 홉스 (Hobbes, Thomas) | |
<동아일보> '시장의 계약'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치권력을 계약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생뚱맞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토머스 홉스(1588∼1679) 덕분이다. 사회계약론의 기원을 이루는 '리바이어던'은 1651년에 출간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계약론적 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리바이어던'의 특징은 통치자와 백성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의 개념을 포기하고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계약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리바이어던'에는 절대 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배어난다. 하지만 그 안에 풍부한 민주적 함의를 '가능태'로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홉스가 21세기의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비전은 사람마다 달라도, 상호이해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관용을 실천함으로써 평화를 구축하라는 점일 것이다.
- 박효종 서울대 교수·국민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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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The Social History of 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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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아르놀트 하우저 (Hauser, Arnold) | |
<동아일보>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선사시대부터 영화의 시대까지 서구 문학과 예술의 역사를 사회사적 관점에서 서술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문학예술 작품이 한 시대의 생생한 산물이라는 것을 폭넓은 역사적 안목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탁월한 심미안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문학예술을 공부하려는 학생은 물론 소박한 감상자를 위해서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논할 때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풍부한 해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독자는 저자의 생각을 미리 파악하려고 덤비기보다는, 관심이 끌리는 시대나 사조 또는 작품에 관한 서술을 읽어가는 동시에 실제로 해당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저자의 생각을 음미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이 유익하다.
- 임홍배 서울대 교수 독어독문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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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Civilization and Capitali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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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페르낭 브로델 (Braudel, Fernand) | |
<동아일보>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현대 역사학의 고전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근대 세계의 내부 구조와 그 역사적 기원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한번 진지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전 준비 없이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을 처음 읽노라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역사 사실과 아리송한 개념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아무렇게나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이 세계를 그 나름대로 해석하려는 저자의 독특한 사관에 따라 교묘하게 배치된 것이다. 이런 점을 잘 모른 채 무작정 이 책을 읽는 것은 약간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세계를 읽어내는 저자의 거대한 틀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적인 체계를 세워보는 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장한 긴 호흡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짧은 호흡이 함께 존재하고, 또 그런 층위들이 서로 교차하는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이런 여러 차원을 염두에 두고 인간과 사회를 거시적으로, 총체성 속에서 이해해 보자는 것이 그의 중요한 메시지이다.
-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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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민주주의 (Democracy in Ame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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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알렉시스 토크빌 (Tocqueville, Alex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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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토크빌은 예리한 관찰자요 심오한 예언자다. 미국을 불과 7개월 여행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과 한계를 면밀히 파헤쳤으며, 장래 미국과 러시아가 두 세계 강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미국 사회가 프랑스 사회보다 민주적인 이유를 토크빌은 미국의 활성화된 지방자치, 자발적인 결사체, 배심원제도 등에서 찾았다. 이것들이 국가권력의 집중과 전제화 경향을 억제하고 다수의 횡포에 대항하여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시민들의 공공의식을 함양시켜 준다.
그가 우려했던 대로 자유의 자발적 포기, 평등에 대한 열망, 다수의 횡포, 그리고 로비문화와 정경유착 등은 오늘날 미국을 위시한 여러 민주주의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후진국들이 겪고 있는 자유와 평등 사이의 갈등 또한 풀어가야 할 중대한 과제다.
- 임현진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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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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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마샬 맥루한 (Mcluhan, Marshall) | |
<동아일보> 저자 마셜 맥루한은 1960년대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명의 변화를 설명해 낸 중요한 현대 사상가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발상법으로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역사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해 냈는데 '미디어의 이해'는 그 같은 미디어 결정론의 대표작이다.
TV 이후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DVD, DMB, MP3 등 새로운 미디어는 과연 우리 자신과 역사와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미디어의 이해'에 이어서 맥루한의 사후에 발표된 '미디어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면 그 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책의 핵심은 다음의 4가지 문제 풀이이다. 새 미디어가 확장시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회복시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의 사용이 고도화되어 한계에 달할 때 어떤 반전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 이 두 책의 도움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대입시켜 문제 풀이를 해 본다면 아마도 21세기가 어떤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맥루한식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박명진 서울대 교수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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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서설 (Discours de la métho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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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르네 데카르트 (Descartes, Rene) | |
<동아일보>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중세 사상사가 끝나고 근대적 사유의 공간이 열리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상징한다. 이런 대표성은 근대 유럽에서 모국어로 철학을 펼친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오래도록 상식화되고 자연화된 통념, 하지만 이제 그 역사적 타당성을 잃어버린 통념을 어떻게 부술 것인가? 숱한 세월 속에서 그 무게를 더해온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지워버릴 것인가? 데카르트 철학의 일차적 의미는 이런 전환기의 물음에 부응하여 모범적인 해체론의 사례를 남겼다는 데 있다. 이 해체론은 어떤 길, 여정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 이후의 어떠한 해체론과도 쉽게 구별된다.
이 작품은 이성의 자율적 사용에 요구되는 조건과 방법에 대해, 또 그런 자율적 이성 사용이 약속하는 미래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사상사의 고전이다. 나아가 이 작품은 모국어의 시대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일인칭 관점의 서사가 발휘하는 파괴력을 통해 철학사 해체론을 실천한 보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인류 사상사의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
-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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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 정신 (The Spirit of the La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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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몽테스키외 (baron de Montesquieu, Charles de Secondat) | |
<동아일보>
1689년 1월 18일 태어난 바롱 몽테스키외가 1748년에 출간한 "법의 정신"은 약 20년에 걸친 필생의 대작이었고, 당대에 이미 22판을 찍을 정도로 큰 사상적 영향을 미쳤다.
"법의 정신"이란 제목만 보더라도 단순히 법전 속의 법이 아닌, 환경과 인간 사이, 인간과 인간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생장한 풍부하고 생명력 넘치는 법의 모습이 떠오른다. 좋은 책이란 이처럼 제목 자체에서부터 이미 독자의 상상력을 계발하는 힘을 내뿜는 것일까?
몽테스키외가 방대한 역사적 연구를 통해서 추출한 법의 보편적 정신은 무엇일까?
그는 자유의 보호와 증진, 평등의 보장, 그리고 개인적 사회적 안녕의 달성이라고 말한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법의 정신"에서 특히 중요한 제2부에서는 "자유의 보호와 신장이라는 법의 정신이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고찰한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읽고 감동받은 적이 있는 독자라면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종류의 지적(知的)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김도균 서울대 교수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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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연대.jpg) |
• 슬픈 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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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레비스트로스 (L?vi-Strauss, Claude) | |
<동아일보> 서구의 반대편에 떨어진 신세계인 남미에는 문명이 건설한 도시와 사라져가는 운명에 놓인 원주민들이 함께 있다.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는 탐험의 회상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이 지역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분석하면서 '문명'과 '미개'의 관계를 규명하고 그로부터 고통스러운 자기 성찰을 시도한다. 저자는 이 지구상에 가장 원시적인 따라서 가장 자연적인 상태의 삶을 살고 있는 네 개의 미개인 부족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심성과 사고방식, 사회조직과 생활양식, 종교와 의례, 예술과 상징 등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그들이 본질적으로는 문명인과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서구의 합리성을 넘어선 더 넓은 '의미의 범주'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연과 원시 그리고 순수한 인간의 세계를 급격히 황폐화시키는 무서운 힘을 가진 서구의 탐욕이 아름다운 도시 속에 썩은 냄새를 풍기며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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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이성비판 (Critique of Practical Rea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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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임마누엘 칸트 (Kant, Immanuel) | |
감성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이 이런 신성성에 "현실적으로" 도달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니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그런 "완전한 일치를 향한 무한한 전진" 가운데에서 우리는 인격성을 본다.
이 같은 가르침을 담은 "실천이성비판"(1788)은 "순수이성비판"(1781), "판단력비판"(1790)과 더불어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이른바 3대 비판서 가운데 하나다.
이 "실천이성비판"은 또한 3부작으로 볼 수 있는 칸트의 도덕철학 3대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출판 순서에서나 내용 면에서 그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다.
"윤리형이상학 정초"(1785)가 칸트 도덕철학의 포괄적 서설이라면 "실천이성비판"은 그 체계의 골간이고 "윤리형이상학"(1797)은 이에서 구축된 원리로부터 실천 세칙을 연역해 놓은, 이를테면 응용 윤리학이다.
이를 한 벌로 읽고 공부한다면 고전의 "참맛"을 느낌과 더불어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깨치게 될 것이다.
-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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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Em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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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장 자크 루소 (Rousseau, Jean-Jacques) | |
<동아일보> 서양의 교육고전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론"과 루소의 교육론적 소설 "에밀" 두 권이다. 두 책은 모두 인간과 그 사회(즉 "국가")는 교육에 기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 없다면 인간도 그 사회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책에서 교육은 적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을 최종적으로 종합하여 마음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에 "지식"이 어떤 공헌을 하는지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논리와 문체로 제시했던 사람이다. 이 점에서 "국가론"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그것이 현실 국가 속에서 어떤 제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은 없다.
그러나 루소의 "에밀"에서 교육은 그 반대로 묘사된다.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교육을 가장 잘 하는 것", 교육이란 그런 것이다. 루소가 보기에 교육을 통해서 인간은 그 진실된 자아(이를 루소는 "자기사랑"으로서의 자아라고 부른다)를 점차 상실하고 타락된 모습, 가면을 쓴 위선을 인간의 참모습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 인간상"으로 가득 찬 사회를 만들고, 이 사회 속에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노예로 부리며 살아간다.
인간의 이러한 타락을 구원으로 돌리려면 교육이나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일체의 속박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 구절은 자연의 찬미로 시작된다. "조물주의 손이 닿은 것이면 무엇이든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무엇이든 타락한다."
이 책은 내용과 문체 모두가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철학자 칸트는 이 책을 읽느라고 매일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산책 나가던 일을 잊어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그의 저술을 통하여 루소의 작품이 자신의 사상에 미친 영향을 솔직히 기술했다. "내가 더 이상 루소의 문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고 내 생각에 비추어 그를 이해하게 될 때까지 나는 여러 번 그의 책을 읽어야 했다." 칸트의 이 말은 "에밀"에 대한 최대의 찬사로 남게 될 것이다.
- 김안중 서울대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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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jpg) |
<동아일보> 기원전 484년에 헤로도토스는 에게 해 소아시아 연안의 항구도시인 할리카르나소스(지금의 터키 보드룸)에서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치적 이유로 사모스 섬에서 잠시 망명 생활을 거친 뒤 오랫동안 아테네에서 지냈는데 그때 그는 정치가 페리클레스 및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와 친교를 맺게 됐다. 그는 '이야기꾼'으로 청중에게 주로 아테네 여러 명문 가문 이야기, 전쟁 이야기, 그 밖의 역사적 사건들, 미지의 땅에 대한 경이로움을 들려주었다.
그는 여러 그리스 도시를 방문하고 주요 종교축제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그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기원전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터져 그리스 세계가 양분되자 페르시아의 제국주의 팽창정책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양국이 동맹국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해 싸웠던 것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체로 꾸민 것이 '역사'다.
이 책은 최초의 '동서대전(東西大戰)'을 다룬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동서 문명의 충돌을 살펴보게 한다.
- 허승일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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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무론 (De offici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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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키케로 (Cicero, Marcus Tullius) | |
<동아일보> 서양 고대에 우리가 바라는 이상 국가가 실제로 있었다. 그곳에는 경찰이 없었다. 시민은 단도를 지니고 다닐 수 없었고, 장군이건 병사건 도시로 들어오려면 성문에서부터 무장을 해제해야 했다. 카르타고, 마케도니아, 코린토스를 정복한 장군들은 하나같이 전리품을 국고에 넣거나 도시 장식에 사용했다. 사기, 수뢰란 말도 없었다. 기원전 2세기 중엽의 로마 공화국이 그러한 이상 국가였다. 이는 전적으로 로마인이 농민 출신으로서 검소 질박한 생활을 해온 데다 정의, 지혜, 용기, 인내의 4추덕(樞德)을 갖춰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라는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 윤리 사상을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살던 당시 로마는 고통이 최고악이요 쾌락이 최고선이라는 에피쿠로스의 윤리 사상에 물들어 타락해 가고 있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그가 기원전 44년에 아테네에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쓴 최후의 저술이 '의무론'이다.
- 허승일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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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jpg) |
• 자본론 (Capit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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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칼 마르크스 (Marx, Karl Heinrich) | |
<동아일보> 19세기 이후 발간된 경제학 저서 중에서 현실 경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을 선택하라는 질문을 한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케인스의 "일반이론" 중 하나를 답하는 경제학자가 많을 것이다.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자본주의를 개선하려는 시도이므로 자본주의의 근본적 멸망을 예견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한다면 변화의 방향 면에서 충격의 정도는 더 적다. 또한 질문을 바꾸어 현실 세계에 가장 나쁜 영향을 준 경제학 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가장 많은 경제학자가 "자본론"을 선택할 것이다.
- 홍기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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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jpg) |
• 자유론 (Theory of liber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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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존 스튜어트 밀 (Mill, John Stuart) | |
<동아일보> 흔히 현대는 자유와 개성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몰개성과 획일성의 풍조 또한 확산되고 있다. 통설과 대세에 동조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현상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한 징후이기도 하다. 간섭받지 않을 자유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자유를 부담으로 여기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자유론"의 목적은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피는 것이다.
밀의 "자유론"은 진보적 역사관과 경험적 인간관을 기초로 한다. 그의 전체 저작의 맥락에서 볼 때 "자유론"은 원칙적 자유주의의 천명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상황과 조건에 국한된 교훈으로서의 성격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론"은 분명 자유주의의 고전이며 자유에 관한 현재의 논의에서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 유홍림 서울대 교수·정치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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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론 (Two Treatises of Govern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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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존 로크 (Locke, Joh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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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청교도혁명과 왕정복고 및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절대왕정이 의회정으로 대체된 영국의 시민혁명기에 활동한 존 로크가 명예혁명이 있은 지 2년 후인 1690년에 출판한 이 책은 명예혁명을 옹호한 가장 중요한 저술이다.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명예혁명 이전에 쓰인 것이긴 하지만 근대자유주의 정치이론을 정초한 최초의 본격적인 저술로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두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버트 필머경과 그 일파의 잘못된 원리와 논거를 밝히고 논박한다’는 제하의 첫 번째 논문은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명제에 입각하여 절대왕정을 옹호한 필머와 그 일파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논박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논문인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과 범위 및 목적에 관한 소론’에서 로크는 자신의 정치권력론을 체계적으로 개진한다.
-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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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Federalist Pap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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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알렉산더 해밀턴 (Hamilton, Alexan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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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776년 탄생한 미국은 로마 공화정 이후 인류사에 나타난 최초의 공화국이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것이 기원후 14년이니까 거의 1800년 만에 거대 공화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인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법서이며 오히려 출간 당시보다 현재 더욱 큰 비중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대법원은 다수의 판결문에서 이 책을 인용하며 심지어는 한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모두 이 책을 그 전거로 인용하기도 한다. 이 책 속에 나타난 비전, 즉 큰 국가를 구성해 파당을 없애고 보다 큰 의미의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상은 세월이 갈수록 미국사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사상과 제도,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파악하고 미국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이겠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헌법이 가지는 의미와 헌법재판소의 자리매김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라 하겠다.
- 조홍식 서울대 교수·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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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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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막스 베버 (Weber, Max) | |
동아일보> 이른바 통섭(統攝)의 학문을 한 학자로 막스 베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섭렵하면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현상 사이에서 인과관계의 고리를 발견하려 하였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자본주의가 종교윤리, 기업조직, 임노동, 기술, 시장, 법 등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서구의 경험을 통해 밝혀주고 있다.
왜 근대의 합리적인 자본주의가 유독 유럽에서만 출현하였는가? 그는 근대 유럽에서의 자본주의 기원을 비교문명의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해답을 찾으려 하였다.
- 임현진 서울대교수 기초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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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홉스봄 4부작: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 (The Age of Revolution,The Age of Capital, The Age of Empire, Age of Extre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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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에릭 홉스봄 (Hobsbawm, Eric John Ernst) | |
<동아일보> 에릭 홉스봄은 야심만만한 역사학자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해 왔을까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추적하고자 했다. 그는 역량 있고 부지런하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토대를 놓은' 출발점에서 현대까지 2세기에 걸친 역사적 변화를 훑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공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의 모습을 다양성 속에서 살피는 작업을 자기 나름대로 해냈다. 4부작(혁명·자본·제국·극단의 시대)은 그 같은 탐색의 결실이다. 완성된 그림은 단선의 역사가 아니라 횡단면의 역사를 보여 준다. 유럽사에 대한 고찰이 주축을 이루되, 다른 지역도 유럽사와 관련을 가지는 한, 저자의 넓은 오지랖 안으로 들어온다.
4부작 중 혁명·자본·제국의 시대는 한길사 번역본이, 극단의 시대는 까치글방 번역본 등이 있다.
-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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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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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The Same and Not the S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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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로얼드 호프만 (Hoffmann, Roald) (Hoffmann, Roald) | |
<동아일보> 우리 몸은 140억 년 전 빅뱅우주에서 만들어진 가벼운 원소인 수소와 그보다 수십 억 년 후 어느 별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만나 이루어진 화학원소들의 집단이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화학물질'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하는 것은 얼마나 자기 비하적인 일인지 모른다. 문제는 현대를 사는 교양인에게 화학의 전모를 제대로 전달하는 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198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고 나서 세 편의 시집과 시화집을 출간했고, 심미적 혜안으로 과학을 해석하는 많은 글을 남긴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The Same and Not the Same)'는 참으로 권장할 만한 책이다.
- 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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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성의 칼날 (The Edge of Objectiv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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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찰스 길리스피 (Gillispie, Charles Coulston) | |
<동아일보> 갈릴레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서양 과학의 흐름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과학적 사상의 역사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다. '칼날'이라고 번역된 '에지(edge)'라는 단어는 칼날의 의미 외에 '경계' '가장자리'라는 뜻도 지니는데 저자는 아마도 이 모든 의미를 함께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다. 갈릴레이에서 근대과학이 태동한 이래 서양 과학의 발전 과정 전체를 '객관성'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연세계가 설명, 이해되고 그 경계가 규정되어 가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갈릴레이의 천문학과 역학에 대한 논의로 시작한 책은 하비의 피 순환이론, 베이컨과 실험과학, 데카르트와 기계적 철학, 뉴턴에 의한 종합, 계몽사조와 과학, 라부아지에의 연소이론과 근대화학, 자연사, 진화이론, 열역학, 전자기학, 상대성이론을 다루면서 이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자, 사상가가 등장하고 수많은 과학 텍스트가 분석된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서양 과학의 역사상 수많은 과학자와 그들 저서의 내용 및 핵심 구절을 직접 대할 수 있다.
딱딱한 과학 텍스트에 담긴 과학자의 생각의 흐름과 그것이 당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저자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조망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근대과학 역사상의 중요한 변화가 그 어느 하나도 단순한 요인에 의해 한 가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김영식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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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과학고전'은 16∼17세기 '과학혁명' 시기에 쏟아져 나온 과학의 원리와 기초를 제시한 다양한 과학자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과학 '혁명'의 역사가 담겨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과학혁명의 서곡을 연 저술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며,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공전하고, 지구 축이 회전한다는 3가지 운동을 지구에 부여했다. 케플러의 '신천문학'은 행성이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운동을 하며, 태양과 행성을 잇는 반경은 같은 시간에 같은 면적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케플러의 1, 2법칙을 담고 있다. 갈릴레이는 1632년에 출판된 '두 세계에 관한 대화'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역학적으로 옹호했다. 이 책의 출판은 당시 가톨릭교회의 노여움을 샀고, 그 결과 갈릴레이는 1633년에 종교재판을 받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에 종신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갈릴레이의 '새로운 두 과학'(1638)은 갈릴레이가 가택연금이 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학적 논의를 집대성한 저술이다.
- 홍성욱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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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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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토마스 쿤 (Kuhn, Thomas S.) | |
<동아일보>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학혁명' '패러다임' '정상과학(正常科學)' 등의 개념을 사용한 그의 과학관(科學觀)은 과학사와 과학철학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역사학과 철학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사회과학 분야와 심지어 문학, 예술 이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쿤의 유명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는 바로 이 같은 그의 과학관을 담고 있다. 1962년에 출판된 이 책은 근본적으로 과학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고, 특히 과학상의 변화 또는 발전이 '축적적'이지 않고 비연속적 또는 '혁명적'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쿤의 주장은 “과학혁명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이와 양립 불가능한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되는 비축적적인 변화의 에피소드를 가리킨다”는 그 자신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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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델, 에셔, 바흐 (Godel, Escher, Ba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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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Hofstadter, Douglas R.) | |
<동아일보> 인간이 예로부터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지적 호기심 중 하나는 우리 인간 자신에 관한 것이다. 자아란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은 물질일까 아니면 물질이 아닌 어떤 것일까?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근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질문은 형이상학이란 이름 하에서 사변적으로 고찰되어 왔으나 과학기술의 발달과 컴퓨터의 출현은 이런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궁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명저 '괴델, 에셔, 바흐'는 바로 이러한 마음의 문제와 인공지능의 가능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한 답을 괴델의 수리논리학적 정리와 에셔와 바흐의 예술 작품에서 찾아낸다.
저자 호프스태터는 1945년 미국 뉴욕 출생으로, 196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버지 로버트 호프스태터의 학문적 자질을 이어받아 일찍이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거쳐 오리건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디애나대 인지과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1979년 출간 직후 화제가 돼 이듬해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 김영정 서울대 교수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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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과 전체 (Der Teil und das Gan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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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Heisenberg, Werner) (Heisenberg, Wer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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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올해는 물리의 해 로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 등 주요 물리 업적을 발표한 지 1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물리학에서는 또 다른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는데 아주 작은 원자의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태동은 그 과정 자체가 극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 무대의 중심에 섰던 하이젠베르크가 새로운 과학의 발전에 참여한 자신의 경험을 대화와 토론의 형식으로 풀어 쓴 자전적 글이 부분과 전체 이다. 이 책은 하이젠베르크가 열아홉 살 때 친구들과 도보여행에서 나누었던 대화에서 시작하여 그의 과학사상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많은 인물들과의 교류를 20편에 걸친 대화로 구성하고 있다. 창조적인 과학개념의 형성 과정에 따르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고민과 사색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보어와 아인슈타인 등 동시대를 살았던 과학자들의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치열한 토론들은 현대물리학 형성의 역사적 배경과 아울러 진정한 과학탐구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는가를 이 책은 보여 준다. 하이젠베르크가 그리고 있는 것은 복잡한 이론이나 공식과 씨름하는 물리학자가 아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인간 그 자체이다. 숲 속으로의 도보여행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일화들은 각박하고 여유 없는 도시적 환경에서 의미 없는 만남만을 이어가는 우리들에게는 한없이 부럽기만 한 광경이기도 하다.
- 신석민 서울대 교수·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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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관 (New Org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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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프란시스 베이컨 (Bacon, Francis) | |
동아일보> 프랜시스 베이컨은 과거의 잘못된 과학을 비판하고 이러한 비판 위에 새로운 근대 과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했던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였다. 베이컨은 1620년부터 자신의 새로운 학문체계를 집대성한 '대혁신'을 총 6부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1605년 발표한 '학문의 진보'를 개작해서 '대혁신'의 1부로 편입시켰고, 제2부로 '신기관'을 저술했다. '신기관'은 베이컨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기관'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쓴 야심작이었다.
베이컨이 근대 과학의 정신을 대표할 만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는 그가 실험이라는 새로운 과학 방법론을 강조했으며, 결국 이러한 방법론이 정착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과학 방법론의 정수를 담고 있는 저작이 바로 '신기관'이다.
베이컨의 '신기관'은 근대 과학의 방법론은 물론 과학의 진보와 효용에 대한 믿음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17세기 과학혁명을 주도했던 과학자들에게 널리 읽혔고, 결국 영국의 '왕립협회'나 프랑스의 '과학아카데미'와 같은 새로운 과학단체들을 설립하고, 실험과학을 추동했던 동인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서 자연에 조작을 가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법칙을 알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이러한 실험을 위해서 공동연구를 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 국가와 사회가 이러한 과학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참된 과학적 방법에 대한 확신,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 진보에 대한 희망은 서구의 '근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이는 베이컨의 '신기관'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 홍성욱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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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트로피 (Entrop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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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제레미 리프킨 (Rifkin, Jeremy) | |
<동아일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수선해지며, 그 변화를 다시 되돌리기는 너무도 힘들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 법칙'이 자주 인용된다. 엔트로피 법칙은 자연현상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는 경험적 사실에서 출발하였으며,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흔히 '무질서도'로 해석되는 엔트로피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클로드 섀넌은 '정보 엔트로피'의 개념을 만들어 냈으며, 그 외에도 생물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엔트로피의 개념과 법칙이 다양한 모습으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엔트로피가 원래의 엄격한 과학적 정의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게 적용될 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유용함과 함께 부적절한 해석을 통한 개념의 혼란과 부작용의 위험도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엔트로피'는 사회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엔트로피 법칙의 개념을 원용하여 현대 물질문명을 비판한 저서이다. 리프킨은 엔트로피 법칙을 유용한 에너지가 감소하고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가 변화를 위하여 에너지와 물질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열 종말'과 사용할 물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물질 혼돈'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천명한다.
'엔트로피'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가지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인류발전을 위한 세계관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인간성의 과학', 그리고 '생태주의적' 또는 '유기론적'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엔트로피 사회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신석민 서울대 교수·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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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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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리처드 도킨스 (Dawkins. Richard) | |
<동아일보>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내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생겨났나? 언뜻 보면 내가 생명의 주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바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또 죽어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에 불과하다.” 닭이 알을 낳는 것 같지만 사실 알이 닭을 낳는 것이다. 도킨스는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통해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DNA를 '불멸의 나선'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라 부른다.
신하들을 풀어 불로초를 찾게 했던 진시황제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100조 개의 세포 속에 들어 있던 DNA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정자 속에 담겨 그의 자식의 몸으로 전달된 DNA의 일부는 아마 지금도 누군가의 몸속에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삶에 대한 회의로 밤을 지새우는 젊음에게, 그리고 평생 삶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살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지성에게 '이기적 유전자'를 권한다. 일단 붙들면 밤을 지새울 것이다. 그리곤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다음 날 아침을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모든 과목에서 이 책을 권한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읽어야 내게 강의를 들었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기적 유전자'로 인해 거듭난 이들에게 도킨스의 또 다른 명저 '확장된 표현형'을 함께 권한다. 유전자의 표현형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도구이며 그 효과는 생명체의 몸 밖으로 확장되어 심지어 다른 생명체의 신경계 속으로까지 파고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킨스는 현재 옥스퍼드대의 '과학대중화 석좌교수'로서 현대적인 진화의 개념을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 최재천 서울대 교수 생명과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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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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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찰스 다윈 (Darwin, Charles Robert) (Darwin, Charles Robert) | |
<동아일보> 1999년 미국에서는 학자 및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00명을 묶은 '1000년, 1000인'이란 책이 출간됐다. 다윈은 갈릴레이, 뉴턴과 함께 10위 안에 선정되었다. 다윈의 진화론, 즉 자연선택론은 그간 많은 논쟁을 거쳐 이제 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확고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또 알게 모르게 현대인의 사고체계에 기본 틀을 제공하고 있다. 다윈의 이론이 학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라 평가되어 과학사학자들은 이를 '다윈혁명'이라 일컫는다.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등장하기 전 2000년 동안 서양의 자연과학을 지배해 온 사상적 토대는 플라톤의 본질주의였다. 플라톤에 의하면 이 세상은 영원불변의 완벽한 전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전형으로부터의 변이는 진리의 불완전한 투영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절대주의 관념은 훗날 기독교 신학에 의해 더욱 굳건히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게 된다.
'종의 기원'의 출간은 이 같은 서양의 사상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었다. 다윈은 변이가 바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었다.
미국 하버드대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하여 드디어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사회과학과 예술을 한데 아우르는 '지식의 통섭(統攝)'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이론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공부할 때가 온 것이다.
'종의 기원'을 읽으며 다윈의 또 다른 명저 '인간의 유래'(1871년)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다윈의 이론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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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Cha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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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
제임스 글리크 (Glieck, James) | |
<동아일보> 인류의 정신을 이끌고 있는 다수의 지성인 사이에 요즈음 유행하는 것 중 하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복잡한 것은 조각으로 분해하여 각 조각을 이해하면 전체를 알 수 있다'는 사상이 빛을 잃어가고 있고,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의 것'이라는 오래된 사상이 다시 유행하면서 공동체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창발현상(創發現象)을 이해하려고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의 홍수, 수십억 개의 염기 등 방대한 정보를 다루기 위해서는 복잡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과거의 정량적인 방법보다는 정성적인 방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학자들은 잘 알고 있다.
과거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던 현상들을 카오스나 프랙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인류의 생각과 정신은 한층 더 커가고 있다.
거울을 바라보면 눈동자 속에 자신의 얼굴이 보이고, 그 속의 눈동자에는 다시 내가 들어 있고, 그 속에는 또다시 내가 있는데, 이같이 '나 안에 나 있다'라는 현상은 자연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수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복잡계론, 비선형 동역학계론, 네트워크나 링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위와 같은 현상을 연구하고 있고, 그중 대중적 인기를 타고 있는 것이 카오스와 프랙털 기하학이다.
여기에서 카오스란 '질서 속의 무질서'를 뜻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미래 속의 예측불가능성'을 말하기도 하며, '신문에 난 조그만 칼럼'이 '인류의 의식 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이르기도 한다.
카오스는 날씨에 대한 장기간 예측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주식시장의 비주기적 변동, 전염병 확산이나 생태계의 변화, 심장의 박동, 밀가루 반죽하기라든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주기 등 많은 것을 설명한다.
- 김홍종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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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해제는 서울대학교 출판부 “권장도서 해제집”을 보시기 바랍니다. |